국회의원·시장 연설 길어져 그만…땡볕 아래 방사 직후 폐사한 '멸종위기 1급 동물'

2025-10-23 16:05

add remove print link

방사 쇼에 이용된 전 세계적 쳔연기념물

지난 15일 김해시는 진영읍 일원에서 화포천 습지 과학관 개관식을 열어 황새 3마리를 방사했으며, 이 가운데 수컷 1마리가 폐사했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이미지 (이미지 속 인물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이미지 (이미지 속 인물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황새 세 마리는 지난 2022년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황새 복원을 위해 황새 들여온 암수 한 쌍과 올해 3월 화포천 습지 봉하뜰에서 부화에 성공한 한 마리다.

황새는 전 세계적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종 1급이다. 이들은 전 세계에 약 2500~3000마리 정도만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될 만큼 매우 희귀하며, 최근 들어 복원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날 황새들은 사육장에서 700m 떨어진 과학관 마당으로 데려와 행사 시작 전부터 22도의 더운 날씨에 1시간 40여 분 동안 폭 30–40cm 목재 통(케이지)에 가둬져 있었다. 방사쇼에 앞서 진행된 시장과 국회의원 등 참석자들의 연설이 길어졌다.

황새 이동을 위한 상자의 재질이 금속 성분이라면, 22도의 외부 날씨에 직사광선을 받을 경우 금속 표면과 내부 공기는 훨씬 더 뜨겁게 된다.

황새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황새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해시는 지난 8월 14일 황새 방사 행위 허가 신청서를 국가유산청에 제출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달 3일, 방사 중 훼손이 발생하면 15일 이내에 경위서를 제출하고 황새를 임의로 활용하지 말라는 조건부로 방사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해시가 황새의 건강 및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조치들을 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23일 김해환경운동연합은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 변호사들'과 함께 김해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사 동원 황새 폐사에 따른 고발을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홍태용 김해시장과 담당 공무원, 국가유산청장, 수의사·사육사를 야생생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김해환경운동연합과 변호사들은 "매우 황당하고도 황망한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기 위한 요구를 한다"라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공공의 안전·윤리·관리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엄중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황새 / 연합뉴스
황새 / 연합뉴스

정지현 변호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종인 황새를 공공행사에 동원하면서, 적정한 보호와 관리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법률상 허가 절차와 안전조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황새 폐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가유산청과 김해시는 냉동 보관되고 있는 폐사한 황새의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부검을 맡겼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