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00마리도 없는데…제주서 홀로 포착된 '멸종위기 동물' 정체

2025-10-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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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조류의 숨막히는 생존 비밀
단 1000마리 남은 희귀새, 제주에 나타나다

전 세계에 1000마리도 남지 않은 멸종위기 조류 ‘넓적부리도요’가 제주 해안에서 관찰됐다. 희귀한 개체가 국내에서 확인된 것은 극히 드문 일로, 학계와 조류보호 단체가 주목하고 있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에서 넓적부리도요 한 마리가 포착됐다고 KBS뉴스는 보도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적색 멸종위기종으로, 번식지는 극동 러시아지만 이동 경로상 한국은 중요한 중간 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제주 해안에서의 관찰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역시 지난 2일 같은 지역에서 넓적부리도요를 확인했다.

넓적부리도요는 몸길이 약 15cm의 소형 도요새로, 부리가 주걱처럼 넓게 퍼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름철에는 얼굴과 가슴, 등이 붉은 갈색을 띠고, 가슴 옆에 어두운 얼룩무늬가 나타난다. 겨울에는 머리가 엷은 회색으로 변하며 눈썹선과 가슴이 흰색으로 바뀐다. 주로 간척지나 염전, 하구의 갯벌 등에서 서식하며 갯지렁이·작은 새우류 등 해양무척추동물을 먹는다.

솔개공원에 나타난 넓적부리도요 / 이성남 자연환경해설사 제공, 연합뉴스
솔개공원에 나타난 넓적부리도요 / 이성남 자연환경해설사 제공, 연합뉴스

제주뿐 아니라 울산에서도 이 희귀 조류의 존재가 확인됐다. 연합뉴스TV 보도에 따르면 울산시는 8~9월 솔개공원 해안 갯바위 일원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넓적부리도요를 포함해 8종 20마리의 국제보호조류를 관찰했다고 앞서 지난 13일 밝혔다. 앞서 2016년 9월 북구 강동해변에서도 국립생태원이 러시아에서 인공 부화한 개체를 발견한 바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서생 해안은 나그네새와 철새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중요한 서식지”라며 “이들의 이동 경로가 위협받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환경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SBS 뉴스

한편 넓적부리도요는 현재 지구상 개체 수가 1000마리 이하로 추정되는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번식지 훼손과 기후 변화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이번 제주 관찰은 한반도가 여전히 철새들에게 중요한 생태 통로임을 보여주는 희귀한 사례로 평가된다.

멸종위기 동물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서식지 보전과 인간의 간섭 최소화다. 철새나 희귀 조류의 경우, 일시적으로 머무는 하구와 갯벌이 생존의 핵심 공간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개발이나 관광 활동이 줄어들어야 한다.

넓적부리도요 / 연합뉴스
넓적부리도요 / 연합뉴스

쓰레기 투기, 불법 어업, 해안 조명 등 인간의 활동이 새들의 이동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협력해 서식지 주변의 생태 보전 구역을 확대하고, 계절별로 탐조 활동이나 출입을 제한하는 등 ‘조용한 공존’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든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과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곧 멸종위기종 보호로 이어진다.

생태 보호 단체 후원이나 시민 과학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관찰 자료를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여가 된다. 멸종위기 동물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이 결국 그들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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