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이런 사랑 없다... 절절한 클래식 로맨스 영화 TOP 5

2025-10-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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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랑'의 모습이 담긴 클래식 로맨스 영화들

스마트폰 너머로 스와이프 한 번이면 만남이 이뤄지는 시대다. 하지만 화면 속 알고리즘이 매칭해준 인연은 왠지 가볍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1990~2000년대 로맨스 영화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연한 만남과 진심 어린 대화, 서툰 고백과 애틋한 이별. 디지털 시대가 잃어버린 '진짜 사랑'의 모습이 담긴 클래식 로맨스 영화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노팅힐'
'노팅힐'

1. '노팅힐(Notting Hill)'

로저 미첼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런던 노팅힐 지역을 배경으로 1999년 5월 21일 개봉한 영국 로맨틱 코미디다. 노팅힐에서 작은 여행서적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소심한 남자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가 자신의 서점에 우연히 찾아온 미국의 유명한 영화배우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과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극장가에서 흥행을 해서 지금까지 개봉한 영국 영화 중 최고 수익을 얻었다. 영국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애나가 윌리엄에게 건네는 대사다. "유명세는 사실 진짜가 아니에요. 그러니 잊지 마세요. 저도 한 여자일 뿐이에요. 한 소년 앞에 서서 그를 사랑해 달라고 부탁하는." 세계적 스타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이지만, 결국 진심은 신분을 뛰어넘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대한민국에서는 2019년 4월 17일 2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했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2.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and Lyrics)'

마크 로렌스 감독이 연출한 2007년 미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원제는 '뮤직 앤 리릭스(Music and Lyrics)'다. 직역하면 음악과 가사인데 뭔가 느낌이 없어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으로 번역됐고, 대부분 원제보다 맛깔나는 제목이라며 호평이 자자하다.

198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그룹 POP의 일원이었던 알렉스 플래처(휴 그랜트)는 놀이공원이나 동창회의 자그마한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고 돈을 받으면서 먹고 사는 퇴물 가수다. 그에게 어느 날 재기의 기회가 찾아온다. 알렉스는 소피(드류 베리모어)를 알게 되는데, 그녀는 알렉스의 집에 화초에 물을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엉뚱하고 발랄한 여성이다.

뻔한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이 공식을 효과적으로 살려낸 스토리 전개와 휴 그랜트와 드류 베리모어의 편안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연기로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웨이 백 인투 러브(Way Back Into Love)'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고 뭉클해지는 곡으로, 영화 OST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다.

2007년 2월 28일 국내 개봉했으며 2017년 11월 16일 재개봉했다.

'이터널 선샤인'
'이터널 선샤인'

3.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미셸 공드리 감독이 연출한 2004년 미국의 로맨스 영화다. 원제는 '이터널 선샤인 오브 더 스팟리스 마인드(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다.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일라이저 우드 등이 출연했다.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전 애인으로 몬토크 해변에서 처음 만나 오랜 기간 만났지만 사소한 다툼이 쌓이면서 결국 헤어진다. 클레멘타인은 이별의 고통이 너무 힘들어 기억을 지워주는 라쿠나라는 곳에서 조엘과의 기억을 모두 지운다. 조엘 역시 같은 시술을 받지만, 기억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짐 캐리 특유의 코미디가 중간중간 첨가돼 있으면서도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조용한 진지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클레멘타인은 조엘이 언젠가 자신의 단점을 찾아낼 것이고 그러면 지겨워져 헤어질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조엘이 "오케이"라고 말하자 클레멘타인도 "오케이"라고 답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라도 사랑하겠다는 두 사람의 선택이 감동을 준다.

국내에서는 2005년에 개봉했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라이즈'

4.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1995년 로맨스 드라마 영화로 '비포' 시리즈 영화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공간적 배경은 오스트리아 빈이며 시간적 배경은 1994년이다.

부다페스트에서 기차를 탄 프랑스인 셀린은 기차 안에서 미국인 제시를 만난다. 짧은 대화 후 제시는 셀린에게 비엔나에서 같이 밤을 보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하고 둘은 함께 기차에서 내린다. 영화는 둘이 기차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다음 날 다시 헤어지는 순간까지 만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의 대부분이 두 배우의 대화로 이뤄져 있다. 대화 속에서 점점 사랑이 커져가는 남녀를 바라보는 것이 이 작품의 백미다. 인생 철학부터 사랑, 성적 욕구, 죽음, 교육, 인간관계에 대한 서로간의 대화가 영화 시작부터 엔딩까지 계속 이어진다.

감독이 과거 에이미 레홉트란 여성과 만났던 경험이 모티브가 됐다. 영화가 개봉한 뒤 그녀를 수소문했으나 찾을 수 없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헤어진 후 채 몇 년이 되지 않은 1994년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1995년 개봉한 이 작품은 유럽 횡단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20대 남녀가 하루 동안 꿈같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국내에서는 1996년 3월 16일 개봉했으며 2016년 4월 7일 재개봉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5.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2003년 로맨스 드라마다. 도쿄를 배경으로 중년 배우와 젊은 여성이 우연히 만나 교감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둘 다 각자의 삶에서 공허함을 느끼던 중 호텔에서 만나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영화는 화려한 사건 전개보다는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나이 차이와 서로 다른 처지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소통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빌 머레이가 스칼렛 요한슨의 귀에 속삭이는 말은 끝내 공개되지 않는다. 관객 각자가 상상할 수 있도록 여운을 남긴 것이다.

제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빌 머레이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빛을 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다섯 편의 영화는 모두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화려한 CG나 자극적인 전개 대신 진심 어린 대화와 눈빛, 서툰 고백과 애틋한 순간들로 채워진다. 알고리즘이 아닌 우연한 만남, 메시지가 아닌 직접 나누는 대화, 완벽한 조건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이야기들이다.

요즘 같은 사랑은 더 이상 없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상기시켜준다.

요즘엔 이런 사랑 없다... 절절한 클래식 로맨스 영화 TOP 5 / '위키트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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