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서 받으라는 국민연금…발달장애인에겐 ‘무용지물’”

2025-10-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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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고도 연금 못 받는 제도, 평균수명 차이 외면한 '형평성 사각지대'
독일·미국은 장애특성 따라 조기 지급…“한국도 맞춤형 연금제도 시급”

“죽고 나서 받으라는 국민연금…발달장애인에겐 ‘무용지물’” 소병훈 의원 / 뉴스1
“죽고 나서 받으라는 국민연금…발달장애인에겐 ‘무용지물’” 소병훈 의원 / 뉴스1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장애인은 국민이 아닌가요?” 장애인계에서 수년째 제기돼온 문제제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발달장애인의 평균수명은 57세에 불과한데, 이들이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은 60세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수급 시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는 구조에서, 국민연금은 일부 장애인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갑)이 24일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의 평균 사망연령은 수급 개시 나이인 60세에 미달하거나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 2023년 기준 평균 사망연령은 57.8세였고, 뇌전증장애인은 60.2세, 간장애인은 61.5세로 나타났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출생연도별로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까지 점차 늦추고 있지만, 장애인의 평균수명 차이는 반영하지 않는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급권을 얻지 못한 채 사망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소 의원은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의 기본적 취지인 ‘소득보장’을 장애인에게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평균수명이 짧은 장애인에 대해선 조기 수급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독일, 미국, 덴마크 등은 장애인의 생애 특성을 반영해 조기 수급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광업·어업 등 일부 고위험 직종에 한해 가입기간 60% 이상을 채운 경우 55세부터 조기 수급을 허용하면서도, 장애인에겐 관련 제도조차 없는 실정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애연금 수급자는 총 7만5,480명에 불과하며, 이 중 상당수는 고령에 접어들어야 겨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평생 일도 못하고 소득도 적은데, 연금도 제때 못 받는다면 도대체 뭘 보고 살아야 하느냐”는 호소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제도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경고다.

소 의원은 “장애인을 위한 연금 수급 연령 조정은 시혜가 아닌 권리의 문제”라며 “정부는 조속히 장애인 생애주기에 맞는 국민연금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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