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밥상에 무조건 오르는 건데, 이젠 돈 있어도 사기 어려워진 '수산물'
2025-10-26 14:51
add remove print link
식탁에서 멀어지는 국산 고등어, 바다의 변화가 만든 위기
우리 밥상에서 가장 익숙한 생선 중 하나인 고등어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예전에는 시장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던 국산 고등어가 이제는 가격도 오르고, 크기도 작아지고 있다. 바다의 온도가 오르면서 고등어의 성장과 이동 경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 바다가 달라지자, 고등어도 달라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거래된 중·대형 고등어의 비중은 7%로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평년에는 30%를 넘던 중·대형 고등어가 이제는 10마리 중 한 마리도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 바다의 어획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해수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해수 온도가 눈에 띄게 상승하면서 고등어 어군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따뜻해진 바다에서는 고등어가 예전처럼 크게 자라지 못하고, 성장 속도도 더디다. 결국 잡히는 고등어는 작아지고, 시장에는 중·대형 고등어가 점점 줄고 있다.
◆ 고등어 한 마리, 예전보다 두 배 비싸졌다
국산 고등어의 희소성은 곧바로 가격에 반영됐다. 9월 기준 신선 냉장 고등어 산지 가격은 ㎏당 6500원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약 두 배 올랐다. 평년 대비로는 120% 이상 비싼 수준이다. 소비자 가격도 1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생선 한 마리의 가격이 달라지면서 가정식 식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선호도가 높은 300g 이상 중·대형 고등어의 공급이 줄어든 반면, 크기가 작은 고등어만 많이 잡히다 보니 품질과 맛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신 들어온 노르웨이산, 바다 건너온 ‘대체 생선’
국산 고등어가 줄자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노르웨이산이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지난해 고등어 판매량 중 국산이 67%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58%로 줄고 외국산 비중이 42%로 늘었다. 실제로 고등어 수입량도 급증해 올해 9월 기준 6800t 이상이 들어왔다. 그중 대부분이 노르웨이산이다.
노르웨이 고등어는 지방 함량이 높고 살이 부드러워 ‘기름진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지만, 해동 후 비린내가 강하다는 평가도 있다. 게다가 장거리 운송 과정에서 신선도가 떨어지기 쉬워 구이보다는 조림이나 조리용으로 주로 쓰인다.

◆ 바다는 작은 고등어만 가득… 아프리카로 수출 늘어
국내에서 잘 팔리지 않는 소형 고등어는 오히려 수출 효자 품목이 됐다. 나이지리아, 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올해 9월 한 달 동안만 고등어 수출량은 2만 톤 가까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형 고등어 수출 증가가 단기적인 수익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 소비 구조와 자원 관리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식탁에서는 큰 고등어가 사라지고, 해외로는 작은 고등어가 빠져나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기후변화가 바꾼 식탁, 새로운 해산물 시대 열릴까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어종별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다. 고등어와 오징어처럼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어종의 어획량이 줄어드는 대신, 최근 남해와 동해에서 잘 잡히기 시작한 삼치, 방어, 참다랑어 등을 대체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의 변화는 단순히 어획량 문제를 넘어 국민의 식습관과 영양 섭취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등어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뇌 기능을 돕는 대표적인 건강 생선이다. 국산 고등어가 줄어들면 신선한 지방산 섭취 기회도 감소할 수 있다.

◆ ‘지속 가능한 바다 식탁’을 위한 선택
국산 고등어의 감소는 이제 한 국가의 식문화가 기후 위기 속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앞으로는 특정 어종에 의존하기보다, 계절과 수온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생선을 활용하는 식습관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수산물을 선택하는 소비가 결국 바다 생태계를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