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어디까지 추락하나…이달에만 2%넘게 떨어져

2025-10-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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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장기화로 급격히 하락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달 들어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며 원달러 환율이 6개월 만에 1440원대로 상승했다. 원화 절하율은 일본 엔화 다음으로 주요국 중 두 번째로 컸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146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딜링룸 / 연합뉴스
딜링룸 / 연합뉴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4일 야간 거래에서 전주 대비 17.2원 오른 1439.4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인 23일에는 장중 1441.5원까지 오르며 지난 4월 29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지난달 24일 14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25일 1410원, 이달 10일에는 1430원을 넘어섰고 23일에는 결국 1440원 선도 뚫었다.

원화는 이달 들어 주요국 통화 대비로도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했다. 24일 기준으로 원화 가치는 지난달 말보다 2.39%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달러화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1.31% 상승했다. 유로(-1.12%), 파운드(-0.86%), 캐나다 달러(-0.75%) 등 대부분의 통화는 원화보다 낙폭이 작았고, 스위스 프랑(+0.10%)과 스웨덴 크로나(+0.16%)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원화보다 더 크게 하락한 통화는 일본 엔(-3.12%)뿐이다.

최근 환율 급등의 주요 배경으로는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거론된다. 양국은 다음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타결을 시도하고 있으나, 핵심 쟁점인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서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언급하는 등 정부 측도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협상이 길어지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환율 상승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일본의 정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확장 재정 정책을 강조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새로 취임하면서 엔화 약세가 이어졌고, 이에 따른 원화의 동조 현상도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다카이치 총리 당선 이후 일본의 재정 확대와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이 엔화 약세로 연결됐고, 이 영향이 원화에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 양측은 투자 패키지 중 현금 투자 비율을 두고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연간 250억 달러씩 8년간 총 200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보다 훨씬 적은 규모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의 투자 규모는 연간 150억∼200억 달러 정도다. 설령 이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환율 안정성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1450∼1460원으로 보고 있으며, 한미 협상 타결 여부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등을 주요 변수로 꼽는다. 민경원 연구원은 올해 4분기 환율 범위를 1370∼1460원으로 예상하면서, 유로화 고평가 해소, 미국의 성장 우위, 달러 자산 수요 증가 등이 달러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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