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전…전 세계서 유독 한국인만 겨울에 잘 입는다는 '옷'
2025-10-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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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겨울에 한국 와서 보면 종종 놀란다는 패션 문화
전 세계 어디서나 겨울엔 코트, 패딩, 머플러 등 다양한 아우터가 등장하지만, 유독 한국만은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한국은 '롱패딩'의 나라라는 점이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두꺼운 검정색 패딩, 마치 '김밥 옷'처럼 생긴 이 옷은 한국 겨울 거리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롱패딩 열풍은 한국에서만 유독 강하게 나타나는 독특한 패션 문화 현상이라고 전해진다.
해외에서는 보기 힘든 롱패딩 행렬
해외, 특히 유럽이나 북미 주요 도시에서는 롱패딩을 입은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의 겨울 패션은 대체로 무릎 위까지 오는 숏패딩, 울코트, 트렌치코트가 주류다. 롱패딩은 현지에서 스포츠 선수의 벤치코트 혹은 혹한기 전용 방한복으로 인식된다. 일상복이라기보다, 운동 경기나 극지방 활동용으로 한정된 옷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유럽과 북미 대부분 지역은 도시 생활 속에서 장시간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고, 대중교통 이동보다는 차량 이용 비율이 높다. 실외보다는 실내 중심의 생활환경이기 때문에, 두꺼운 롱패딩이 필수품으로 느껴질 이유가 적다.
게다가 서구권의 패션 문화는 실루엣을 드러내는 스타일을 중시한다. 긴 패딩은 몸선을 감추고, 중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때문에 스타일리시함보다는 기능성 중심의 옷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롱패딩은 그들에게 여전히‘패션이 아닌 방한복 정도로 여겨진다.

왜 한국만 롱패딩 천국이 됐을까
한국에서 롱패딩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기는 2010년대 중반 이후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이 입은 롱패딩이 화제가 되면서 국민패딩으로 불렸다. 여기에 학생들의 교복용 방한복으로 확산되며 전국적으로 퍼졌다.
한국의 겨울은 시베리아 한파와 만나 체감온도가 영하 10~15도까지 떨어진다. 지리적으로 북서풍 영향을 강하게 받는 탓에 도심 한복판에서도 바람이 매섭다. 여기에 대중교통 중심의 생활 구조가 더해지면서, 야외 이동 시 체온을 지키는 옷으로 롱패딩이 압도적인 실용성을 가진다. 한마디로 패션이 아니라 '생존'인 셈이다.
연예인과 아이돌이 공항패션이나 야외 방송에서 롱패딩을 입으면서 유행이 가속됐다. K-POP 스타들의 공항룩이 전 세계로 확산되며, 롱패딩은 곧 한국의 겨울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검은 롱패딩'은 왜 이렇게 많을까
서울 도심에서 겨울철 거리를 걷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정색 롱패딩을 입고 있다. 이에 대해 해외 네티즌들은 "왜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냐"며 놀라움을 표한다. 실제로 외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롱패딩 입으면 한국인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의 블랙 롱패딩 열풍에는 문화적 배경이 숨어 있다. 첫째, 실용성 중심의 소비 성향. 더러움이 덜 타고 매치가 쉬운 검정색은 일상복으로 가장 효율적이다. 둘째, 집단적 패션 코드. 한국 사회는 트렌드 확산 속도가 빠르고, 남들과 다른 옷을 부담스러워하는 심리적 경향이 강하다. 셋째, 익명성과 안전감. 무채색의 롱패딩은 군중 속에서 튀지 않으며, 겨울철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상징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도심의 익명성과 실용주의가 만들어낸 집단적 미학이라고 분석되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본 한국의 '김밥 패딩' 현상?!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거리 풍경이다. 과거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덴마크인 세 친구는 서울 겨울거리를 보고 "롱패딩을 안 입은 사람이 없다"며 깜짝 놀랐다. 그들은 결국 직접 롱패딩을 구입해 입어본 뒤 "내 코트보다 가볍다"며 만족감을 드러내 이목을 끌었다.
유튜브 등에서도 "왜 한국 사람들은 다 같은 검은 패딩을 입나?"라는 해외 반응 영상이 종종 등장한다. 어떤 외국인은 "처음엔 다 펭귄처럼 보여 웃겼는데, 며칠 살아보니 이유를 알겠다. 너무 춥다"고 고백했다. 한국의 칼바람을 경험한 후, 그는 "롱패딩은 생존템"이라며 매일 입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나라의 겨울과 비교하면
베트남이나 브라질 등 남반구 국가들은 겨울이 짧거나 아예 없다. 이 지역의 외국인들은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고, 습도가 낮아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의 겨울은 다르다. 바람에 습기가 섞여 체감온도가 훨씬 낮고, 실외 활동이 많아 ‘바람막이’ 기능이 필수다.
캐나다나 북유럽처럼 혹한 지역은 오히려 공기가 건조하고 햇빛이 강해, 한국식 롱패딩보다 방풍 기능 위주의 파카류가 일반적이다. 그들은 한국의 겨울은 생각보다 더 춥고, 하늘이 맑을수록 위험하다고 표현한다.
한국의 롱패딩, 하나의 문화 코드로
이제 롱패딩은 단순한 방한복이 아니다. ‘혹한의 도시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용적인 선택이자, 한국인의 생활 패턴과 문화가 녹아 있는 상징적인 옷이다. 패션보다는 생존, 개성보다는 실용, 화려함보다는 익명성이 모든 특징이 롱패딩 한 벌 안에 담겨 있다. 해외에서는 왜 다 똑같은 옷을 입냐고 묻지만, 한국인에게 롱패딩은 같아 보여도 자세히 보면 다 다른 옷들이다. 브랜드, 길이, 충전재, 주머니 디테일 하나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한국식 겨울 생존복의 이번 겨울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