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그 CCTV 영상 봤다면 한덕수 탄핵에 찬성했을 수도"
2025-10-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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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에 대한 의심, 하면 할수록 건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 CCTV를 봤다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에서 인용 의견을 냈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27일 전남 순천대학교 우석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권력자에 대한 의심을 하면 할수록 건전하다. 다만 해명은 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어떤 그룹은 아무리 해명해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국무회의 CCTV를 봤냐고 묻는데 청구인이나 피청구인으로부터 증거로 제출된 바 없어 안 봤다"며 "그걸 봤다고 결론이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게 국무회의하는 모습이냐. 국무회의하기도 전에, 의결정족수가 차기도 전에 윤 전 대통령이 일어서니까 막지 않더냐"며 "다만 한 전 총리 탄핵 심판에서 기각 의견을 냈는데, 국무회의 CCTV를 봤다면 인용으로 바꿨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무회의 CCTV를 확인하지 않아 탄핵 심판의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반응이었다.
문 전 대행은 "탄핵이 무효라고 주장하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그 사람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한다. 부정선거 가능성은 없다"며 "휴먼 에러를 시스템 에러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제도는 완전한데 운용하는 사람 실수가 있다면 그 사람을 주의시키고, 교육시키고, 필요하다면 징계해야지 선거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건 안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 불신과 관련해서는 "법원 스스로 신뢰성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도 정파 대결보다는 이슈가 있으면 그와 관련한 논쟁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 사건 2차 공판에서 군사기밀인 대통령실 CCTV 영상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내란특검팀은 당시 재판에서 공소사실과 관련된 주요 부분을 선별한 약 50분 분량의 동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9시 10분쯤 윤 전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대접견실로 돌아왔다. 이때 한 전 총리는 손에 문건 2개를 들고 있었다. 그가 오후 9시 47분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이 문건들을 돌려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오후 10시 44분쯤에는 한 전 총리가 웃옷 안주머니에서 또 다른 문건을 꺼내 읽는 모습이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 문건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대통령의 특별지시사항 문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접견실에 들어와 참모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한 뒤 오후 10시 42분쯤 집무실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화하는 손동작을 보였고, 한 전 총리는 이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확실히 하라는 의미로 전화 모양 손동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무위원들이 대접견실에서 모두 퇴실한 뒤인 오후 10시 49분쯤 한 전 총리가 퇴실하려던 이 전 장관을 붙잡고 16분간 서로 가진 문건을 돌려보며 협의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용현 전 장관이 이상민 전 장관에게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건네주는 것을 본 적 없다'고 위증한 혐의와 관련해 12월 3일 오후 10시 16분쯤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문서를 건네주는 장면과 한 전 총리가 이를 목격한 장면이 CCTV에 담겼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CCTV에는 한 전 총리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출석 독촉 전화를 하는 듯한 모습,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한 전 총리가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 송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에게 사후 부서를 권유하는 듯한 장면도 담겼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인 12월 4일 오전 5시 18분쯤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결재판을 들고 한 전 총리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