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났다…원재료까지 90% 이상 중국산으로 점령당한 '한국 반찬'

2025-10-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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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량 역대 최대치 기록

'국민 반찬'으로 불리며 한국인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이 음식'이 해외 수입품에 잠식당하고 있다.

김치를 포함한 다양한 한국 반찬들 / norikko-shutterstock.com
김치를 포함한 다양한 한국 반찬들 / norikko-shutterstock.com

국내 김치 수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수출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김치 무역수지 적자 현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등 주요 원재료 수입도 크게 늘어 국내 김치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김치 수입량은 24만 9102톤, 수입액은 1억 4359만 달러에 달한다. 전년 동기(22만 2056톤) 대비 12% 증가한 수치다. 김치 수입량은 2021년 24만 60톤, 2022년 26만 3434톤, 2023년 28만 6545톤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고, 올해는 35만 톤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김치의 99%는 중국산이다.

반면 수출은 정체 상태다. 같은 기간 김치 수출량은 3만 6505톤, 수출액은 1억 2558만 달러로 전년(3만 4900톤, 1억 2167만 달러)과 큰 차이가 없다. 2021년 1억 5991만 달러였던 수출액은 2024년 1억 6357만 달러로 4년간 2%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입량은 수출량의 약 6.8배에 달하며, 금액 기준으로도 수입이 더 많아 김치 무역수지는 2022년 이후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김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김치 시장 규모는 약 2조 2200억 원으로, 이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이다. 반면 수입 김치는 전체 소비량의 36%를 차지하며 외식 및 급식 시장에서는 절반 이상이 수입산으로 구성돼 있다.

수입 김치의 71.2%는 식자재 유통업체를 통해 공급된다. 외식업체 대부분이 이 유통망을 통해 식자재를 구매하기 때문에 수입 김치의 상당량이 식당으로 흘러들어간다. 외식업체 중 37%는 반찬용으로, 55.4%는 조리용으로 수입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다.

김치 자료사진 / Bowonpat Sakaew-shutterstock.com
김치 자료사진 / Bowonpat Sakaew-shutterstock.com

가격 차이도 뚜렷하다. 대한민국김치협회에 따르면 배추김치 기준 국산은 1kg당 약 3600원, 중국산은 약 1700원으로, 중국산이 절반 이하 가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건비와 원재료비 부담으로 외식업체들이 국산 김치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중국산 절임 배추를 들여와 국내에서 양념만 하는 반가공 방식이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고 전했다.

원재료 수입도 증가 추세다. 올해 1~9월 배추 수입량은 1만 6955톤으로 전년(4395톤) 대비 약 4배, 2021년(446톤)과 비교하면 38배 증가했다. 무 수입량도 지난해 3016톤에서 올해 1만 8253톤으로 6배가량 늘었고, 고춧가루 수입량은 이미 전년 물량(1968톤)을 넘어섰다. 마늘 수입량 역시 지난해(4만 749톤)를 웃도는 4만 1864톤을 기록했다. 이들 원재료의 95% 이상이 중국산이다.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로 배추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원재료가 국산 김치로 둔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치 제조업체 60% 이상이 중국산 절임 배추나 완제품을 가공해 국산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외식 및 급식용 김치의 대부분은 중국산을 기반으로 한 혼합형 김치다.

김치 자료사진 / Nishihama-shutterstock.com
김치 자료사진 / Nishihama-shutterstock.com

외식업체와 급식소 중심으로 수입산 사용이 확산되면서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도 증가 추세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입 김치 원산지 거짓 표시는 365건, 미표시는 82건으로 총 447건이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총 750건(거짓표시 574건, 미표시 176건)이었다.

김치협회는 국산 김치 소비 확대를 위해 국산김치자율표시제와 외식업체 김치바우처 사업을 추진 중이다. 6개월 이상 수입 김치를 사용한 외식업체가 국산으로 전환할 경우, 구매 금액 일부를 지원해 외식·급식 시장에서 국산 김치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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