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들이 꼽은 최고의 SF 영화 '2개'…놀랍게도 모두 '이 감독' 작품

2025-11-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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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들이 극찬한 SF 영화의 비밀

세계 물리학자들이 꼽은 최고의 SF(공상과학) 영화는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었다.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인 놀란은 과학적 사실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며, 실제 과학자들까지 감탄시킨 몇 안 되는 영화인으로 다시 한번 입지를 증명했다.

'인터스텔라 '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인터스텔라 '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를 맞아, 전 세계 물리학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SF 영화'에 대한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와 '프레스티지'(2006)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놀란 감독은 과학적 개념을 철저히 탐구하면서도 영화적 상상력으로 확장시키는 연출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물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두 작품 역시, 실제 과학 이론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먼저 '프레스티지'는 19세기 말 런던을 배경으로 두 마술사가 서로의 비밀을 탐하는 경쟁을 그린 영화다. 휴 잭맨이 연기한 로버트 앤지어와 크리스찬 베일이 맡은 알프레드 보든은 텔레포트(순간이동) 마술로 관객을 매혹시키지만, 그 뒤에는 과학적 실험과 인간적 집착이 교차한다.

극 중 앤지어는 실존 인물인 니콜라 테슬라(데이비드 보위)의 도움을 받아 순간이동 장치를 개발하고, 보든은 자신의 일란성 쌍둥이를 숨겨 마술의 비밀을 유지한다. 순간이동은 입자를 분해해 에너지 형태로 전송하고, 도착지에서 다시 물질로 재조립한다는 SF적 개념을 영화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프레스티지'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프레스티지'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에 대해 배리 루오칼라 카네기멜런대 물리학과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과학 개념을 단순히 소재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통해 과학의 철학적 경계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선택은'인터스텔라'였다. 은퇴한 NASA 파일럿 조셉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블랙홀 근처의 거주 가능한 행성을 찾아 인류 미래를 구한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블랙홀, 웜홀, 상대성이론, 중력 시간 지연 등 복잡한 물리학 개념을 사실적인 그래픽과 서사로 풀어냈다.

클라우디아 드 람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물리학과 교수는 "이 영화는 현재 물리학이 도달할 수 있는 이론적 한계선까지 밀어붙였다"며 "과학이 상상력과 만났을 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작"이라고 호평했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카이 리우 교수 역시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인류의 존재 이유를 묻는 시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스텔라'는 개봉 당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캘리포니아공과대의 킵 손 교수가 직접 과학 자문을 맡았으며, 그는 2017년 중력파 연구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당시 여러 대학의 물리학과 교수진이 단체로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할 정도로 학계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놀란 감독의 두 작품 외에도, 물리학자들은 과학적 상상력이 현실이 된 사례로 '스타트렉4: 귀환의 항해'(1986), '백 투 더 퓨처2'(1989),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 등을 꼽았다.

‘스타트렉4’에서 등장한 투명 알루미늄은 당시에는 완전한 공상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실제로 비슷한 특성을 가진 투명 금속 소재가 개발되며 "영화가 미래 기술을 앞서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 투 더 퓨처2'의 호버보드(공중 부양 보드) 역시 영화 속 상상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실험 단계에서 부분적으로 구현 가능한 기술로 발전했다. 비록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영화가 과학 연구에 영감을 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한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악당이 입자 가속기를 이용해 평행 우주를 열려는 설정으로, 실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충돌기(LHC) 구조를 매우 정교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리학자들은 "가속기 설치 구조와 에너지 흐름 묘사가 실제 실험실 환경과 거의 동일하다"고 입을 모았다.

놀란 감독은 한국에서도 매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 나이트’ 등 그의 대표작은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에 육박하는 흥행을 기록했고, 개봉 당시 예매율이 80%를 넘어서는 등 독보적 팬층을 형성했다.

과거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은 과학적 이해도가 높고, 복잡한 구조의 내 영화에 깊이 공감해준다"며 한국 관객에게 직접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놀란의 이름은 이제 단순한 감독을 넘어, 믿고 보는 브랜드로 통한다.

유튜브,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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