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거의 안 쓴다는데… 창고에만 2800만 장 쌓여 있다는 ‘이것’

2025-10-28 16:30

add remove print link

최근 5년간 평균 재고 2800만 장
“비현행 우표 95% 방치” 지적

우표를 쓰는 사람은 줄었지만 여전히 2800만 장이 넘는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복절 기념우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광복절 기념우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한때 우표는 마음을 전하는 시작이었다. 손편지를 직접 써서 봉투에 넣고 그 한쪽에 우표를 붙이는 일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전달’이라는 의미였다. 우표를 붙이는 그 짧은 순간에도 마음이 실렸고 받는 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손끝에 힘을 주곤 했다.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군 복무 중인 연인이나 가족 사이에서는 손편지가 여전히 중요한 소통 수단이었다. 휴대전화가 제한된 시절 우표는 기다림과 그리움이 오가는 매개였다. 편지 속 짧은 문장 하나에도 온기가 담겼고 우표 한 장은 곧 마음의 무게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이메일과 메신저, SNS가 모든 소통을 대신하면서 우표의 자리는 빠르게 줄었다. 편지를 보내더라도 우체국에서 선납라벨을 사서 붙이는 게 일반적인 만큼 이제 굳이 우표를 붙일 이유는 없다.

이제 우표는 실생활의 도구라기보다 수집가나 기념품 시장에 남은 상징이 됐다. 과거엔 마음을 이어주던 작은 종이 한 장이었지만 지금은 점점 그 쓰임을 잃어가고 있다. 쓰는 사람이 줄면 자연스레 남는 것도 많아진다.

우표 역시 마찬가지다. 팔리지 않은 우표가 해마다 쌓이면서 이제는 수천만 장이 재고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탄소년단(BTS) 기념우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방탄소년단(BTS) 기념우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 최근 5년간 우표 재고 2800만 장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20~2024년) 일반 우표의 평균 누적 재고량은 약 2800만 장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일반 우표 판매량은 2020년 2041만 장에서 2024년 1143만 장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발행량 또한 같은 기간 2777만 장에서 1064만 장으로 줄어들며, 해마다 약 21%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이메일 등 디지털 통신수단이 일상화되면서 우표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여전히 매년 수천만 장의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가운데 95%에 해당하는 약 1900만 장은 이미 발행이 중단된 ‘비현행 우표’로 확인됐다. 이들 우표는 공식 유통이 끝났지만 폐기되지 않고 창고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일정한 수요가 있다”는 이유로 비현행 우표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 최근 2년간(2023~2024년) 비현행 우표 출급 요청은 전체의 6% 수준에 그쳤다.

질의하는 한민수 의원 / 뉴스1
질의하는 한민수 의원 / 뉴스1

한 의원은 우정사업본부의 재고 관리가 시대 변화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년간 우편물 발송 결제 수단을 보면, 카드와 현금 등 전자 결제가 평균 94%를 차지한 반면 우표 사용은 5%에 불과했다. 통신 기술이 발전하며 실질적인 수요가 거의 사라졌는데도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평균 2000만 장 이상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이제 우표는 통신 수단이라기보다 문화적 상징의 의미가 더 크다”며 “우정사업본부가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재고만 쌓아두는 것은 행정 낭비”라고 비판했다. 또 “우표는 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 만큼 비현행 우표의 활용·소진 방안을 마련하고 수요와 재고 현황을 모두 고려한 합리적인 운영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