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위해서 한다는 태교, 정말 아기에게 좋을까?

2025-10-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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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이 태아의 건강을 결정한다
아기와 소통하는 특별한 시간

아이를 기다리는 10개월 동안 임신부들은 하나같이 ‘태교’에 신경을 쓴다.

좋은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부정적인 말을 삼가며 매일을 조심스럽게 보낸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실제로 아이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일까. 태교는 전통과 심리, 의학이 교차하는 흥미로운 주제다.

태교의 개념은 조선시대부터 등장했다. 당대 의학서인 ‘태교신기’에는 임신부의 말과 행동, 감정이 태아의 성품과 지능에 영향을 준다고 기록돼 있다. 그래서 당시 여성들은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고, 고운 말을 쓰며, 그림이나 음악을 즐기며 마음을 다스렸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일종의 ‘정신 건강 관리’이자 ‘심리 안정 훈련’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현대 의학에서도 태교의 본질적인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임신 중 어머니의 정서 상태가 태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임신 후기에는 태아의 청각과 촉각 발달이 활발해지는데, 이 시기에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심장 박동, 외부의 소리가 태아의 신경 발달과 정서 형성에 일정 부분 관여한다는 결과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연구진은 임신부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을수록 태아의 뇌 발달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정기적인 음악 감상, 명상, 산책 등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한 임신부의 경우 태아의 심박 리듬이 안정적이고, 출산 후 아이의 수면 패턴과 정서가 더 안정적이라는 조사도 있다. 이는 태교가 단순한 전통의례가 아니라, 생리학적으로도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태교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까. 전문가들은 ‘의식적인 행동보다 감정의 안정’을 우선으로 꼽는다. 아무리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어도 임신부가 불안하거나 피로하다면 태아가 느끼는 자극 역시 불안정할 수 있다. 반대로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하며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태교가 된다. 산책 중 느끼는 바람, 따뜻한 차 한 잔, 반려동물과의 교감 등 일상의 작은 기쁨들이 모두 긍정적인 자극으로 작용한다.

음악 태교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히지만, ‘무조건 클래식’이 정답은 아니다. 본인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장르와 상관없이 효과가 있다. 다만 너무 자극적인 음향이나 빠른 리듬은 피하는 것이 좋다. 소리가 아닌 ‘감정 전달’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음악을 들으며 편안함을 느끼면 그 정서가 호르몬과 심박을 통해 자연스럽게 태아에게 전달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Prostock-studio-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Prostock-studio-shutterstock.com

독서 태교 또한 감정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다만 교육적 목적보다 감성 회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계발서보다는 따뜻한 문학이나 에세이, 시처럼 마음을 다독이는 글을 읽는 편이 좋다. 글의 내용보다 ‘읽는 동안의 감정 상태’가 더 중요하다.

반면 태교를 의무처럼 여기며 지나치게 완벽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주변에서 “태교를 잘해야 아이가 똑똑하다”는 말에 압박을 느끼는 임신부도 많다. 하지만 뇌 발달은 태교보다 유전적 요인과 출생 후 환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즉 태교는 아이의 지능을 높이는 행위가 아니라, 임신부와 태아 모두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의학에서도 비슷한 관점을 제시한다. 예로부터 ‘태는 기운을 따라 자란다’고 하여, 임신부의 기혈이 고르고 마음이 평온해야 아이가 건강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자궁 내 혈류가 줄어 태반의 산소 공급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의학에서는 태교를 ‘몸과 마음의 조화’로 정의한다.

태교의 또 다른 의미는 ‘관계의 시작’이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와의 정서적 연결이 만들어지는 시기라는 점에서, 태교는 단순한 습관이 아닌 첫 양육의 과정이기도 하다. 임신부가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손을 얹고 교감하는 행위는 뇌의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시켜 애착 형성을 돕는다. 이 호르몬은 출산 후 모유 수유와 육아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결국 태교의 핵심은 ‘좋은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쁜 자극을 줄이지 않는 것’에 있다. 불규칙한 수면, 과도한 카페인, 흡연, 부정적인 감정은 모두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가 최고의 태교가 된다.

태교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완벽히 증명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연구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하나다. ‘행복한 임신부가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태교는 결국 엄마 자신을 돌보는 일이며, 그 따뜻한 에너지가 아이의 첫 기억으로 남는다. 꾸준한 관심과 사랑, 그것이 가장 오래가는 태교의 힘이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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