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 보이는 이 급식판 메뉴들…사실 적십자와 정부가 함께 만든 '이것'이다

2025-10-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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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 따뜻한 한 끼, 인간 존엄성의 맛

"쌀밥, 참치김치찌개, 배추김치, 불고기, 감자채볶음, 포장김, 방울토마토, 바나나"

평범해보이지만 특별한 급식판. 대한적집사 제공 사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평범해보이지만 특별한 급식판. 대한적집사 제공 사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겉보기엔 여느 학교 급식이나 회사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메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식단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대한적십자사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개발한 '표준구호식단'이기 때문이다. 재난 발생 시 이재민과 구호인력이 먹게 될 국가 표준 식단이 현장에서 선보여졌다.

최근 대한적십자사는 2025 마포구 안전한국훈련 현장에서 이 표준구호식단을 실제로 시범 제공했다. 이번 훈련은 재난 대비 종합훈련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적십자는 이 자리에서 구호급식팀을 운영해 실제 이재민 대피소 상황을 가정한 시범급식을 실시했다.

표준구호식단은 지역별·시설별 식사 품질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탄생했다. 지금까지는 재난 발생 시 제공되는 식사가 지역 여건이나 담당 기관의 역량에 따라 제각각이었고, 일부 현장에서는 밥이 차갑거나 반찬이 부실한 도시락이 이재민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이에 적십자사와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누구에게나 동일한 품질의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표준화된 구호식단을 만들었다.

표준구호식단은 단순히 맛있는 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양학적 균형·조리 효율성·현장 적용성을 모두 고려해 개발됐다.

수재민 대피소. 자료사진. / 뉴스1
수재민 대피소. 자료사진. / 뉴스1

쌀밥을 중심으로 단백질(불고기, 참치김치찌개), 비타민(방울토마토, 바나나), 식이섬유(배추김치, 감자채볶음), 그리고 간단한 부식(포장김)을 포함해 총 7~8가지 구성으로 짜였다. 메뉴 구성은 열량 기준으로 약 900~1000㎉를 충족하며,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도 일반 성인 1식 기준 권장량에 맞춰 설계됐다.

특히 현장에서의 조리 효율성을 위해 대량 조리가 용이한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불고기는 대량 조리가 쉽고, 김치찌개류는 보온 유지가 잘돼 이동 중에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방울토마토와 바나나 같은 손질이 필요 없는 신선 과일을 포함해 비타민 보충과 동시에 조리 인력의 부담을 줄였다.

적십자사는 "다양한 현장 조건에서 누구나 양질의 식사를 받을 수 있는 구호급식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시범급식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제공된 식단은 보온식기와 일회용기 병행 시스템으로 제공됐다. 이는 재난 현장 전력 사정이나 수도시설 가동 여부에 따라 가열·비가열 급식 모두 가능한 체계를 검증하기 위한 시도였다.

지침이 반영되면 앞으로 대형 산불이나 홍수, 지진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전국 어디서든 동일 기준의 구호식이 제공된다. 이는 지역별로 달랐던 식사 품질의 편차를 줄이고, 모든 이재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한 끼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표준구호식단의 탄생은 단순한 급식 체계 개선이 아니다. 재난 현장이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일상의 온기를 지키는 복지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평가받는다.

쌀밥 한 숟갈, 김 한 장, 불고기 한 젓가락. 평범해 보이지만, 그 한 끼에는 재난 속에서도 사람답게 먹을 권리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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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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