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000만 명이 쓰는데…내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것'

2025-10-2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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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은 새벽배송

맞벌이 가정과 워킹맘 등 많은 국민들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은 새벽배송이 내년부터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택배 물류센터 전경 / 뉴스1
택배 물류센터 전경 / 뉴스1

29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열린 '심야·휴일 배송 택배기사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0시부터 5시 사이 심야배송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새벽배송 중단 주장이 정부 주도 협의체에서 공식 의제로 다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엔 쿠팡·컬리·CJ대한통운·네이버 등 주요 업체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노총,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이유로 들며 새벽 5시 출근조와 오후 3시 출근조로 구성된 주간 2교대 근무 체계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심야 근무 중단으로 인한 기사들의 소득 감소를 보충하는 별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야간배송 금지는 현실적으로 일자리 상실과 수입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며 "건강권 확보를 위한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협의체의 결정은 법적 강제성은 없으나, 2021년 '택배기사 하루 12시간·주 60시간 이내 근무, 택배비 인상 등'을 담은 사회적 합의문이 실제 업계에 적용된 사례가 있어 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용자만 2000만 명인데..."소비자 목소리 외면"

현재 새벽배송 이용자는 쿠팡 와우 회원 약 1500만 명, 컬리 월 300만 명 수준이며, 쓱닷컴·오아시스·네이버 등을 더하면 20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즉각 반발이 나왔다. 특히 아이가 있는 워킹맘, 맞벌이 가정에서는 새벽배송은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국민 편의를 무시한 일방적 주장"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쿠팡 로켓배송 자료 이미지 / 쿠팡
쿠팡 로켓배송 자료 이미지 / 쿠팡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소비자의 91.8%가 새벽배송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99%는 향후에도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새벽배송이 제공되지 않는 지역 주민의 84%는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2024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서도 새벽배송은 40개 생활 서비스 중 총점 71.8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가격의 공정성, 신뢰성, 선택가능성 등 모든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생활 필수 서비스로 인정받은 것이다.

현장 기사들 "야간 배송 선호"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은 야간 근무를 오히려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조사에서 새벽배송 기사의 36.7%는 '교통 혼잡이 적다', 32.9%는 '주간배송보다 수입이 높다', 20.7%는 '낮 시간에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를 이유로 들었다.

야간배송 금지 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주간 일자리로 전환하겠다'는 답변이 25.6%에 그친 반면, '다른 야간 일자리를 찾겠다'는 응답은 56.8%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택배기사들은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야간 배송에 대한 장점을 살리면서도 건강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며 "야간배송 시간 규제는 일자리 상실과 수입 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워킹맘, 맞벌이 부부 등 일반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택배센터에서 상차 작업 중인 택배 기사들 / 뉴스1
택배센터에서 상차 작업 중인 택배 기사들 / 뉴스1

새벽배송 중단 시...산업 생태계 전반 타격 우려

물류업계는 새벽배송 중단이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벽배송 금지는 단순히 서비스 제한이 아닌 수만 명의 일자리와 수천억 원 규모 산업 생태계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선물류센터, 포장·상하차 인력, 물류IT 시스템, 냉장창고 등 연관 산업이 동시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야간배송이 중단되면 오전 배송 물량이 몰려 배송 지연·비용 상승·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새벽배송 전면 금지는 무리수...현실적 대안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전면 금지보다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물류 전문가는 "새벽배송은 이미 생활 인프라"라며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닌 야간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장치와 탄력 근무제 도입 같은 균형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업계도 야간 배송 시간 단축, 교대 근무제 개선, 자동화 설비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노총과 민주당이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새벽 배송' 서비스 전면 금지를 논의했다고 한다"며 "민노총 주장대로 새벽 배송이 금지되면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를 비롯해 이제는 새벽 장보기가 필수가 된 2000만 국민의 일상생활과 생산자와 소상공인들, 그리고 새벽 배송으로 돈을 벌고 있는 택배 기사들의 삶이 모두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민노총이 아니라 시장이고 국민이다"라며 "노동환경 개선은 계속돼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없애버리자'라고 하면 오히려 노동자도 피해를 본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노조, 업체,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는 실질적 대화를 통해 건강권 보장과 서비스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균형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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