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 사람들은 본 적도 없는데, 전라도에서는 안 파는 곳 찾기가 더 힘든 '이 음식'
2025-10-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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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단백질, 날것으로 맛보다
닭회는 전라도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즐겨 먹어 온 향토 음식이다. 이름 그대로 익히지 않은 닭고기를 생으로 먹는 요리로, 주로 신선한 토종닭을 잡아 살코기만을 얇게 썰어 초고추장이나 간장 양념에 찍어 먹는다. 겉보기에는 육회와 비슷하지만, 닭회는 조리 과정에서 고기를 다루는 위생 상태가 맛과 안전을 결정짓는다.
전남 영광, 장성, 함평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예부터 결혼식이나 잔칫상에 닭회를 올리기도 했다. 생닭을 잡아 막 회를 떠내면 살이 투명하게 빛나고, 결이 부드러워 씹는 맛이 담백하다. 닭의 가슴살이나 안심살이 주로 사용되며,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영양적인 면에서도 주목받는다. 하지만 날것의 닭고기를 섭취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최근에는 조리법과 위생 기준이 엄격히 요구된다.

◆ 고단백·저지방, 단순하지만 강한 영양 구조
닭회는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다. 100g당 약 23g의 단백질이 들어 있으며, 이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효율적인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된다. 지방은 1g 내외로, 지방 섭취를 줄이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또 필수아미노산이 고르게 들어 있어 체내 단백질 합성을 원활하게 하고, 피로 회복에도 기여한다.
닭회에 곁들이는 마늘, 생강, 초고추장 등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조합이다. 마늘은 항균 작용을 하고, 생강은 체온을 높여 소화 흡수를 돕는다. 초고추장 속의 고추 성분인 캡사이신은 혈액순환을 촉진해 지방 연소에 기여한다. 단백질 섭취와 대사 촉진을 동시에 유도하는 구성이다.
이처럼 닭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체중 조절 중인 사람이나 근육량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 영양적으로 이상적이다. 단백질의 소화율도 높아 위에 부담이 적고, 포만감이 오래 지속된다.

◆ 날것의 역설, 단백질과 세균의 경계선
그러나 닭회는 조리 특성상 세균 감염의 위험이 크다. 닭고기에는 살모넬라균, 캄필로박터균 등 인체에 치명적인 식중독균이 존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닭고기를 75도 이상으로 충분히 익혀야 이러한 균이 사멸되지만, 닭회는 가열 과정이 없기 때문에 위생 관리가 절대적이다.
특히 캄필로박터균은 60도 이하에서도 생존 가능하며, 인체에 들어오면 2~5일 내 발열,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드물게는 신경계 합병증인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보건당국은 닭회를 포함한 생닭 섭취를 지속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조리 과정에서 칼과 도마를 분리해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닭회를 즐긴다. 이는 오래된 식문화의 관성 때문이기도 하고, ‘신선한 닭은 안전하다’는 지역적 믿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닭을 잡은 직후 바로 손질해 회로 먹는 전통 방식이 유지되고 있지만, 이는 위생적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 익히면 달라지는 안전한 선택
최근에는 닭회를 대체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살짝 데친 닭회’다. 끓는 물에 10초 내외로 닭살을 담갔다가 꺼내는 형태로, 겉면의 균을 제거하면서도 날고기의 질감은 살린다. 이렇게 조리한 닭은 미세하게 익은 표면 아래로 붉은 결이 살아 있어, 식감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식당에서는 진공 저온조리(수비드) 방식을 활용한다. 60~65도의 일정 온도에서 오랜 시간 익히는 이 방법은 단백질 변성을 최소화하면서 병원균을 사멸시킬 수 있다. 실제로 이런 형태의 닭회는 해외에서도 ‘하프쿡드 치킨 사시미’로 알려져 있다.
닭고기의 날것 섭취를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면, 최소한의 열처리와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수적이다. 칼과 도마는 반드시 분리 사용해야 하며, 손질 직후 바로 섭취해야 한다. 또한 남은 닭회는 실온 보관하지 말고 즉시 폐기해야 한다.
◆ 전통과 위생의 균형
닭회는 한국의 지역 음식 문화 속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한다. 날것의 신선함을 강조하는 조리 방식은 전라도의 식재 풍습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현대의 위생 기준과 충돌한다. 영양학적으로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세균 감염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닭회를 지역 특산 음식으로 등록하지 않고, 조리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전통을 유지하되, 안전한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닭을 날로 먹는 문화는 과거의 생존형 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현대의 식품 위생 환경에서는 익힌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닭회는 여전히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 명절과 잔칫날 특별한 음식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건강식으로 접근하려면 조리 과정의 ‘신선함’보다 ‘안전함’이 우선돼야 한다. 생닭의 날것은 풍미가 아니라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익히지 않은 단백질의 매력은 강하지만, 건강한 식탁은 그 경계를 지킬 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