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가 말라버렸다” 마니아층 탄탄한데 안 잡혀 난리라는 한국 별미 수산물

2025-11-0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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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다에서 자취 감추고 있는 별미 생선

남도 음식의 상징이자 독특한 발효 문화로 마니아층을 형성해온 홍어가 국내 해역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전통 산지인 신안군 흑산도에서 잡히는 홍어량이 최근 5년간 70%나 줄어들며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홍어 경매장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홍어 경매장 이미지

흑산 수협 통계에 따르면 흑산도 홍어 어획량은 2020년 1109톤에서 지난해 417톤, 올해는 10월 기준 331톤으로 급감했다.

신안 흑산항에서 홍어잡이를 하는 어민 이상수(61)씨는 광주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만 해도 80톤까지 잡아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는데 올해는 총허용어획량(TAC)이 37톤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며 "작년 어획량 50톤이 채 안 됐는데 올해는 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1988년부터 홍어를 잡아온 어민 김철용(65)씨는 매체에 "서해바다의 홍어씨가 말라버렸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과거 1년에 10개월 정도 작업하면 60~70톤을 잡았는데, 3년 전부터는 급격히 떨어져 2배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홍어 어획량 감소의 직접적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이다. 과거 흑산도 근해에서 쉽게 잡히던 홍어가 수온 상승으로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어민들은 멀리 전북 어청도 인근까지 올라가 조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최근에는 군산, 연평도 등 북쪽 해역에서 홍어가 더 많이 잡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판매 중인 홍어 / 뉴스1
시장에서 판매 중인 홍어 / 뉴스1

어민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단속 태도도 자원 고갈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자망어선들이 변형 어구를 사용해 치어와 알까지 무분별하게 포획하면서 산란율 낮은 어종인 홍어의 씨가 마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흑산도 어민들은 길이 45cm 미만 홍어는 방류하지만, 자망어선들은 촘촘한 그물로 어린 치어까지 모두 포획한다. 정부가 '근해자망 어업의 지지줄 기준 규격에 관한 고시'로 남획을 막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2009년부터 흑산도에 총어획량(TAC) 제도가 적용됐지만 실질적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5~2016년 홍어 자원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자 다른 업종 어선들이 몰려들었고, 위판장을 거치지 않는 사매매 거래로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불법 어획이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어와 간재미를 말리고 있는 어민 / 뉴스1
홍어와 간재미를 말리고 있는 어민 / 뉴스1

홍어는 전라남도, 특히 남도 지역의 대표적 별미이자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전통 식품이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관 건강과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콜라겐 함량이 높아 피부 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남도 홍어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명태, 고등어, 갈치 등과 달리 전국적 대중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국내산 홍어 생산량 급감으로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홍어의 99%는 수입산, 특히 칠레산 냉동 홍어가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자원 보호를 위해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전통 산지 어민들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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