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이유 있었다… '고양이 똥' 커피에 숨겨진 놀라운 사실
2025-10-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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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원두보다 지방·풍미 화함물 함량 풍부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루왁커피 원두가 전통 방식으로 수확한 원두보다 지방과 주요 풍미 화합물의 함량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루왁커피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사향고양이로 불리는 아시아 팜 시벳이 커피 열매를 먹고 배설한 커피공으로 만들어진다. 커피 열매의 과육은 사향고양이 배 속에서 소화되지만, 그 안의 원두는 소화되지 않은 채 배출된다.
독특한 향과 맛, 영양적 가치를 인정받는 루왁커피 원두는 1㎏당 1000달러 이상에 판매되기도 하며 커피 한 잔 가격이 5만 원을 웃돈다.
인도 켈랄라중앙대 팔라티 앨리시 시누 교수팀은 최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로부스타 커피 농장에 있는 야생 사향고양이의 배설물 속 원두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루왁커피 원두가 사람이 수확한 전통 방식의 원두보다 지방과 유제품 향을 내는 화합물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도 카르나타카 지역의 로부스타 커피 농장 5곳에서 야생 사향고양이 배설물 속 원두 68개를 수집했다. 이후 사향고양이 커피 원두와 전통 방식으로 수확한 원두를 비교 분석했다. 열에 민감한 화합물의 분해를 막기 위해 볶지 않은 원두를 분쇄해 가스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기로 휘발성 및 반 휘발성 화합물 등 구성 성분을 분석했다.
결과에 따르면 사향고양이 커피 원두는 전통 방식 수확 원두보다 지방 함량이 40% 정도 높았다. 특히 카프릴산 메틸 에스터와 카프르산 메틸 에스터, 두 가지 지방산 메틸 에스터(FAME)의 함량이 사향고양이 커피에서 6~10배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이 지방산들은 유제품과 같은 부드러운 향과 맛을 내는 물질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지방은 커피 향과 맛의 중요 요소”라며 “지방 함량 증가가 사향고양이 커피의 향미 강화에 기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화학적 차이는 사향고양이 소화기관 내에서 커피 열매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루왁 커피의 최종 풍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다만 대부분의 루왁 커피가 아라비카 품종으로 만들어지지만, 이번 연구는 생(언로스팅) 상태의 로부스타 품종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로스팅 후 성분 변화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