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안 좋다던 윤 전 대통령, 측근에겐 "술 안 마시니..."
2025-10-3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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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먹어 건강 좋아”
1차 구속때 이중 행보 논란

지난 1월 1차 구속된 후 건강 이상을 이유로 수사기관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면회 온 측근들에게는 "술을 안 마시니 건강이 좋다"며 건강이 양호하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이 이중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MBC가 입수한 서울구치소 접견록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 국민의힘 추경호, 이철규 의원 등 측근 인사들을 구치소에서 접견한 자리에서 "술도 못 먹고 과식도 안 하니 건강은 좋다"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구속된 지 약 3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관련법에 따라 구치소 수용자와 면회자의 대화 내용은 녹음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 “구속 기간에 문제가 있다”, “법원에 서류 넘어갔다 온 시간 때문에 다투고 있다”, “탄핵 선고 전에 나가야 할 텐데" 등 구속 취소를 예견하는 듯한 말도 남겼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이로부터 한 달가량 뒤 구속 취소 결정을 받았다.
나흘 뒤인 2월 14일, 정진석 당시 비서실장과 강의구 당시 부속실장이 찾아왔을 때도 윤 전 대통령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강 전 실장이 “살이 빠졌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한 달 정도 술을 안 먹으니 건강이 좋아졌다”, “밤 9시면 불이 꺼지니 바로 잔다. 이렇게 많이 자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3월 4일, 구속취소 결정 사흘 전에도 유사한 상황이 이어졌다. 강의구 전 부속실장과 김정환 당시 수행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오른쪽 눈에 떠다니던 게 거의 없어졌다”며 역시 건강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에는 ‘건강 이상’을 이유로 제대로 출석하지 않았던 윤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는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건강 문제를 과장해 수사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사흘째였던 1월 21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3차 변론에 참석한 뒤 돌연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향했다. 이날 병원 운영시간이 끝난 오후 8시 43분까지 약 4시간 동안 병원에 머물다, 오후 9시 16분께 서울구치소로 돌아왔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하기 위해 구치소에서 대기하던 공수처는 영장 집행 가능 시각인 저녁 9시를 넘기자 빈손으로 철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