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美 필리조선소에서 건조”
2025-10-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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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요청 하루 만에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다음날인 30일(한국시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전격 천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한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그것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국가 주권 사항이지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미국의 기술 지원·연료 공급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적 거점으로 꼽힌다. 한화는 지난 8월 양국의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환으로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자국 기업의 거래 금지 제재 대상에 올리며 한미 조선협력에 견제구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에서의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언급한 것은 이런 중국의 압박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승인’ 발표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시면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전했다.
우리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려면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연료 확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미국 측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을 의미한다. 잠수함 연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려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불가피해 향후 협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영국·호주와 함께 ‘오커스(AUKUS)’라는 안보 협의체를 발족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한국도 유사한 협력 논의가 일부에서 제기됐지만, 미국은 오커스 범위를 한국까지 확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전격적 ‘결단’으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한미동맹의 위상 강화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 확대에 대한 미국의 기대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