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또 한 명의 희생자'라고 보도된 20대 육군 일병의 유서에 쓰여진 말
2025-10-30 22:02
add remove print link
참사 후 무너진 청년의 아픈 이야기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또 한 명의 희생자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9일 JTBC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또 한 명의 희생자가 있었다"고 전했다.이태원 참사의 160번째 희생자로 확인된 인물은 당시 21세였던 육군 김한주 일병이다.
김 일병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진을 손에 쥐고 “참 착한 아들이었다. 학교 다닐 때 싸움 한 번 한 적 없었다”고 말했다. 생전 조용하고 순했던 아들은 2023년 11월 5일, 첫 휴가 중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군부대는 가족에게 “아들이 아프다”는 연락을 했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은 뒤였다. 아버지는 “꿈인 줄만 알았다. 아내는 거의 실신했다”고 회상했다.

김 일병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집과 학교를 오가며 묵묵히 공부에 집중하던 그가 갑작스럽게 무너진 이유는 2022년 10월 29일 밤의 비극이었다. 그는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있었다. 그날 여자친구는 희생됐고, 그는 홀로 살아남았다. 이 사실은 나중에서야 가족에게 알려졌다.
그는 이듬해 8월 군에 입대했다. 가족은 아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군 복무 중에도 죄책감과 슬픔은 그를 괴롭혔다. 병영 내 상담 기록에는 여자친구를 잃은 후의 깊은 상실감과 자신을 탓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여자친구가 그렇게 되어서 많이 힘들어했다. 군에서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일병은 결국 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유품을 모두 불태웠다. 남은 것은 아버지의 지갑 속 사진 한 장뿐이었다. 아버지는 “지금 살아 있었다면 낚시도 같이 다니고 좋았을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유서에는 짧지만 선명한 문장이 남아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그 한 줄이 남긴 여운은 가족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이태원 참사는 한순간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직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의 정신적 고통, 그리고 그 가족의 상실감은 3년이 지난 지금도 깊게 이어지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