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과일이었는데…한국서 한순간에 떨이로 전락한 충격의 ‘이 과일’
2025-11-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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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귀족 과일에서 서민 과일로 전락?!
한때 '귀족'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었던 과일의 위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바로 샤인머스캣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과일 코너에는 박스째 쌓인 샤인머스캣이 떨이 상품처럼 팔리고 있다. '예전엔 비싸서 못 먹던 과일이었는데, 요즘은 부담 없이 사 먹는다'는 소비자들의 말이 그 변화를 실감케 한다. 국산 샤인머스캣은 도입 10년 만에 ‘공급 과잉→가격 하락→품질 저하→소비자 외면→농가소득 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프리미엄 과일의 상징이던 샤인머스캣이 이제는 대중과일로 전락했다.
5년 새 가격 3분의 1로 폭락…“귀족 과일이 서민 과일로”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샤인머스캣 소매가격은 2kg 기준으로 2021년 10월 29일 31,645원이었으나, 2025년 10월 31일에는 10,979원까지 떨어졌다. 5년 사이 약 65.3% 하락한 수치다. 한때 명절 선물세트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차지하던 샤인머스캣이 이제는 대형마트에서 1만 원대에 팔리는 셈이다. 가격 하락 폭으로만 보면 사실상 폭락 수준이다.

조기 출하 경쟁, 미숙과 남발…“예전 맛이 아니다”
가격 하락의 근본 원인은 과잉 생산과 조기 출하 경쟁이다. 샤인머스캣은 원래 9~10월 완전히 익었을 때 수확해야 당도가 높다. 하지만 일부 농가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시장에 내놓으려는 경쟁에 뛰어들면서, 당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미숙과가 여름부터 쏟아졌다. 6월부터 하우스 온실에서 수확이 가능한 농가가 늘어나면서 조기 출하가 일상화됐다. 이 때문에 경북 김천, 영천 등 주요 산지에서는 ‘조기 출하 금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옛날보다 덜 달다' '껍질이 질겨졌다' 등의 불만이 퍼진 뒤였다. 소비자들은 한번 맛이 떨어졌다고 느끼면 다시 사지 않는다며 샤인머스캣의 신뢰도 하락이 가장 치명적이었다고 유통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당도 기준 없는 판매…저품질 제품이 브랜드 이미지 망쳐
샤인머스캣이 대중화되면서 품질 관리 체계는 오히려 무너졌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16브릭스(Brix) 이상이라는 기본 당도 기준도 지키지 않는 판매처가 많아졌다. 저당도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샤인머스캣은 생각보다 달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한때 ‘당도 20브릭스 이상’ ‘껍질째 먹는 고급 포도’로 홍보되던 이미지가 무너진 셈이다. 결국 시장에선 고급 과일의 명성이 아닌 불균일한 품질의 대량 상품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농가 “이제 캠벨로 돌아간다”…품종 재편 본격화
샤인머스캣 열풍에 휩쓸려 너도나도 재배에 뛰어들었던 농가들도 방향을 틀고 있다. 적지 않은 농민들이 소득이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이제 다시 캠벨 포도를 재배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한국포도협회에 따르면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2016년 545ha에서 2023년 5,000ha를 넘겼다. 같은 기간 캠벨은 2,000ha 가까이 줄었지만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캠벨 포도 소매가격은 오히려 5년 전보다 8.4%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샤인머스캣 중심의 단일 품종 시장이 이제 캠벨·거봉, 그리고 신품종 포도(레드클라렛·글로리스타 등)로 재편되는 추세라며 다양화가 오히려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수출 효자 품목에서 내수 과잉 품목으로
샤인머스캣은 한때 수출 효자 품목이었다. 2018년 이후 일본·베트남 등으로 수출량이 급증하며 국내 과일 수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해외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 일본에서는 현지 재배가 늘어나면서 한국산 샤인머스캣의 수입 단가가 하락했고, 중국 시장에서도 국산보다 저가로 유통되는 현지산 제품이 늘었다. 수출 감소와 내수 과잉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국내 시장은 더욱 포화 상태가 됐다. 샤인머스캣은 단일 품종 의존도가 너무 높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품종 육성과 저장 기술, 유통 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럼 지금 샤인머스캣 사도 좋을까?!
샤인머스캣 가격 급락을 접한 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내용 중 하나가 '그렇다면 지금 사면 좋은가?'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시세 기준으로 보면 샤인머스캣은 가격 대비 품질이 과거보다 나쁘지 않다. 다만 품질 편차가 커, 구매 시 반드시 당도 표시나 산지 확인을 해야 한다. 다시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락보다는 보합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과 수출 시장 정상화 없이는 예전처럼 귀족 과일로 복귀하기는 어렵다.
과잉 재배가 만든 후폭풍…농가와 소비자 모두 피로감
샤인머스캣의 몰락은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한국 과일 산업 구조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잘 팔린다’는 이유 하나로 전국 농가가 일제히 뛰어들었고, 시장은 곧 포화됐다. 그 결과 농가는 수익을 잃고 소비자는 신뢰를 잃었다. 전문가들은 단기 이익 중심의 과잉 재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샤인머스캣 사태는 다른 품목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프리미엄 과일의 상징이었던 샤인머스캣은 이제는 ‘떨이 과일’로 쌓여 있다. 10년 만에 귀족 과일에서 서민 과일로 내려온 이 변화를 두고, 농가와 유통업계 모두 '이제는 품질로 승부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