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대 인근에만 30여마리... 자연번식한 까닭에 사실상 '야생동물'

2025-11-0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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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출신은 1세대, 유기견이 낳은 새끼는 2세대로 분류

서울대학교 캠퍼스에 들개 출몰이 잦아지면서 학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관악산 인근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서울대는 매년 들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엔 학생이 직접 위협을 받는 사례까지 벌어져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설치된 들개 포획 틀 / 연합뉴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설치된 들개 포획 틀 / 연합뉴스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2시쯤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 인근에서 들개 6마리가 포착됐다. 서울대는 자체 포획이 어렵다고 판단해 관악구청에 지원을 요청했고, 출동한 전문가와 수의사가 마취총을 쏴 들개를 붙잡았다.

서울대를 둘러싸고 있는 관악산에는 과거부터 들개들이 목격돼왔으며, 현재는 3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자연번식 개체다.

지난달 31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버들골 풍산마당 인근을 활보 중인 들개 /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버들골 풍산마당 인근을 활보 중인 들개 / 연합뉴스

지난 1월엔 서울대 중앙도서관 근처에서 학생이 들개 두 마리와 마주친 사건이 있었다. 성견 크기의 들개들이 학생에게 달려들었고, 학생은 메고 있던 가방을 휘둘러 개들을 쫓아냈다. 다행히 큰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서울시청과 관악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 산속을 배회하는 들개는 약 200여 마리로 추산된다. 버려진 개들이 산에서 새끼를 낳아 들개 수를 불렸다. 유기견 출신은 1세대 들개, 유기견이 낳은 새끼는 2세대 들개로 분류된다. 사람 손을 탔던 1세대와 달리 처음부터 산에서 태어난 2세대는 완전한 야생동물이나 다름없다.

관악구는 과거 삼성동 인근에서 성행하던 보신탕집 다수가 폐업하며 도축용으로 키우던 개들을 산에 풀어놓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겨울철이 되면 산에 살던 들개들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민가 쪽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잦다.

서울대는 2017년부터 민원이 잦은 지역을 중심으로 포획 틀을 설치해왔다. 현재 출현 빈도가 높은 기숙사와 교수회관 등 8곳에 놓여있다.

지난해 1월 한 서울대생이 물려 경상을 입은 사례를 제외하면 인명 피해는 나지 않았으나 학생들은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물리천문학부 1학년 정모(19)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교내 헬스장에 가던 중 들개들이 길목을 막고 있어 돌아가야 했다"며 "최근에는 새벽에 들개들이 울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인문계열 대학원생 A(24)씨는 "많이 볼 때는 매주 들개를 본다"며 "포획 틀이 있지만 들개가 옆에서 자거나 먹이만 빼가는 경우가 많다"고 매체에 전했다.

관악구청은 2022년부터 전문가와 수의사 등 5명으로 구성된 들개 안전포획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응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구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관악구에서 포획된 들개는 63마리다. 2023년에는 46마리, 작년에는 56마리였다.

서울대 캠퍼스관리과 관계자는 "인근 야산에서 서식하던 들개들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캠퍼스 부근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들개 신고 건수는 매해 약 수십 건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서울대는 교내에서 들개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그 즉시 캠퍼스안전반이 출동해 인근을 수색한다. 또한 관악구청에 전문 포획을 의뢰하고 있다. 문제는 들개 포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재빨리 출동해도 들개 이동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관악캠퍼스 부지가 넓은 데다 사람이 왕래하는 곳이어서 몰이로 잡는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최근 포획 이후 서울대생들의 SNS에는 들개와 마주쳤을 때의 행동 요령도 공유되고 있다. 서울대는 들개 출몰에 따른 주의사항으로 들개에게 먹이 주지 말기, 들개와 시선을 마주치지 말고 천천히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공격을 당했다면 목과 얼굴을 보호하기 등을 안내했다.

반려동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낯선 개에게 접근하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먹을 것을 주려는 시도도 개의 공격성을 자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각·청각적인 자극을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장소에서 들개와 마주쳤을 경우 놀라서 소리를 지르거나 뒤돌아 뛰는 등 자극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피하고 들개가 자리를 벗어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특히 들개에게 등을 보이며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들개의 사냥 본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개들은 크기에 따라 공격 부위도 다르다. 소형견은 넘어진 사람의 발목 부위를, 대형견은 목 부위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들개가 으르렁대며 이빨을 드러내거나 달려드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에는 가지고 있는 물건을 멀리 던져 들개의 시선을 돌리는 것이 좋다. 들개가 멀리 던진 물건을 쫓아 달려가면 재빨리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야 한다. 이미 넘어진 상태로 공격당했다면 최대한 목과 얼굴을 감싼 뒤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고 엎드리고 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개에게 물렸을 때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피부가 찢어지는 열상이다. 개에게 물려 열상을 입으면 개의 구강 내 상주하고 있는 여러 세균에 의한 감염 우려가 높다. 따라서 개 물림 상처를 입었다면 지혈보다 세척이 우선이다. 상처 부위를 흐르는 물이나 생수, 식염수 등으로 5~10분간 씻어주도록 하고, 출혈이 심하면 소독된 거즈나 수건으로 압박해야 한다.

들개에게 물린 경우에는 가벼운 상처라고 하더라도 간과하면 안 된다. 광견병, 파상풍 등의 세균감염이 더 심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포획된 6마리는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옮겨졌으며, 보호센터는 공고를 통해 원소유주를 찾고 있다. 공고 기간 10일이 지나면 입양 절차를 거치며, 성사되지 않을 경우 안락사 수순을 밟는다. 다만 이번의 경우 이미 입양 희망자가 모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들개가 사람은 잘 공격하지 않지만 반려견은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반려견과 산책을 조심하고 먹이를 주는 행위도 자제해달라고 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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