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장병 숫자 급감 상황서.. 예비군 훈련 분위기도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2025-11-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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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위해 의무를 다하는 건 당연하지만...”

"또 왔네." 직장인 김모(34)씨는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에게 4일간 출퇴근 훈련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자신 일을 대신 해야 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훈련비는 훈련장까지 왕복 교통비와 식비로 빠져나간다. 김씨는 "나라를 위해 의무를 다하는 건 당연하지만 현실적인 보상이 너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예비군 훈련 이수율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아 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육군의 예비군 훈련 이수율은 상반기(3월 1일∼6월 30일) 기준으로 최근 3년간 2023년 86.5%, 2024년 85%, 올해 82.7%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해군도 85%, 83.6%, 81.5%로, 공군도 87.9%, 86.9%, 84.9%로 줄었다. 해병대도 87.8%, 85.9%, 83.3%로 파악됐다.
불참 사유는 업무가 가장 많았고 질병, 해외체류, 시험응시, 무단불참 등도 있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불참 10만1963건 중 업무상 이유가 4만6181건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했고, 질병(21%), 해외체류(18%), 시험응시(11%) 순이었다.

예비군은 1968년 4월 1일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북한이 무장공비를 침투시킨 1·21사태와 미국의 첩보함 푸에블로호가 동해에서 납북된 사건을 계기로 창설됐다. 국민의 반공·안보의식을 고취하고 북한의 4대 군사노선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는 예비군 창설을 기념하기 위해 1969년 기념식 개최 이후 매년 4월 첫째 주 금요일을 예비군의 날로 지정해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예비군은 현역 이후 예비역으로 전역한 사람과 보충역을 필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전시에는 현역에 준하는 신분이다. 병의 경우 군 복무를 마친 다음 날부터 만 8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부사관 이상 간부의 경우 군인사법에서 정하는 현역 연령정년까지 예비군에 편성된다. 현재 예비군은 280만 명으로 추산된다.
예비군의 임무는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 시 현역 군부대 편성·작전 동원을 위한 대비, 무장공비 소멸, 무장 소요 진압, 중요시설·무기고·병참선 등의 경비 등이다. 실제로 과거 강릉 무장공비 소탕작전 등 90여 회의 전투 현장에 예비군이 투입됐다.
예비군 제도는 창설 이후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다. 1988년에는 동원 예비군을 제1전투군, 일반 예비군을 지역 전투군으로 재편해 훈련 연한제를 도입했으며, 생활 안정·사기 진작을 위해 동원·임무 수행·교육 훈련 중 사망·부상의 경우 현역에 준하는 보상 제도가 마련됐다. 예비군 창설 이후 1988년까지는 전역 시기와 관계없이 35세까지였으나 1989년부터는 33세까지 복무하는 복무 연령제가 실시됐다. 199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전역 후 8년 동안 복무하는 복무 연한제가 실시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유형별 예비군 훈련 명칭이 변경됐다. 예비군 1~4년차 중 병력동원소집 대상자의 동원훈련은 '동원훈련Ⅰ형', 예비군 1~4년차 중 병력동원소집 미대상자가 받는 훈련은 '동원훈련Ⅱ형'으로 바뀌었다. 기존의 동원훈련과 동미참훈련이라는 명칭이 각각 동원훈련Ⅰ형과 동원훈련Ⅱ형으로 개편된 것이다. 
동원훈련Ⅰ형은 소집부대 또는 동원훈련장에서 2박3일간 숙영하며 훈련을 실시하고, 동원훈련Ⅱ형은 하루 8시간씩 4일간 출퇴근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예비군 5∼6년차는 지역예비군훈련장(기본훈련)과 작전지역(작계훈련)에서 연 2회 총 12시간 지역예비군훈련을 받는다.
지난 3월월부터 예비군 훈련 환경이 개선됐다. 동원훈련Ⅱ형 대상자에게도 하루 1만 원씩 총 4만 원의 훈련비가 최초로 지급된다. 기존에는 동원훈련Ⅰ형에만 훈련비 8만2000원이 지급됐다. 지역예비군훈련 대상자에게는 작계훈련 교통비 6000원(1회당 3000원)이 최초로 지급된다.
동미참 예비군은 20여 년간 훈련비를 받지 못했다. 현행 예비군법은 1968년 제정됐고 훈련비를 지급 못할 법적 제한은 없었지만 국가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2000년부터는 동원 예비군에 한해 작으나마 훈련비가 지급됐지만 그 외 예비군은 재정부담 등의 이유로 제외됐다.
동원 예비군 훈련비가 초기에는 5000원으로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었지만, 2018년부터 급격히 올라 8만 원을 넘어서며 기타 예비군들과의 격차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동원훈련 참가자에게 지급하는 훈련비는 2018년 1만6000원, 2019년 3만2000원으로 인상된 이후 2022년 6만2000원에서 2023년부터 8만2000원까지 올랐다.
17대 국회를 시작으로 21대 국회까지 모두 10건의 예비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무산된 끝에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정부는 훈련비 지급이 오랜 기간 지연돼온 사정을 감안해 법 통과 이전인 지난해 말 미리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가 2017년 예비군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예비군 한 명이 훈련을 받을 때 지출하는 평균비용이 교통비는 1만3210원, 식비는 8980원 등 모두 2만2190원이었다. 실비 변상은커녕 돈을 더 써가면서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동원 훈련비를 8만2000원에서 20만 원으로, 동원 미참가자 훈련비는 4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안을 추진한다.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장의 과학화, 현대화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가상현실(VR) 영상모의사격 시설 등을 갖춘 과학화 지역예비군훈련장을 지난해까지 26개소 구축했으며, 올해 3개소, 이후 11개소를 추가로 구축한다. 동원훈련장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까지 46개 훈련장에서 침상형 생활관을 침대형으로 바꿨고, 올해에는 6개 훈련장을, 이후에는 11개 훈련장을 추가로 개선한다.
지역예비군훈련 신청체계도 변경돼 원하는 일자에 훈련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지연 입소 허용시간도 오전 9시 30분에서 오전 10시까지로 30분 확대됐다. 이는 예비군의 통근 여건 및 교통 상황 등을 고려한 개선책이다.
2011년부터 전투적이고 실전적인 예비군 훈련을 지향한다는 명목으로 우수한 성적으로 훈련을 받은 예비군 인원은 1~2시간 조기퇴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훈련생의 10~20% 범위 내에 우수부대 대원을 선발한다.
예비군 훈련 불참에 대한 처벌도 엄격하다. 일반 예비군훈련은 1~2차 무단불참 시 처벌 없이 훈련 차수만 늘어나지만, 3차 무단불참부터 예비군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돼 1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진다. 동원훈련은 1회 무단 불참 시 즉시 고발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예비군 훈련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예비군 제도로 인해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이 생산현장에서 유리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비군 훈련 시 지급할 장비들의 노후화 및 장비들의 열악한 수준 역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예비군에 지급할 장비 중 보유율이 70%를 넘는 것은 물통과 야전삽 정도에 불과해 예비군 물자 보급 부실이 여전한 것이 문제로 제기됐다.
예비군 제도를 폐지하잔 주장도 있다. 이미 예비군이 설립되던 해인 1968년 6월 17일 김영삼 당시 의원 등 의원 41명이 향토예비군법 폐지안을 발표했다. 1972년 대선 땐 김대중 당시 신민당 대통령 후보가 민방위대와 함께 같이 폐지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분단국가인 한국의 특수한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예비군 제도는 여전히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많다.
유 의원은 "예비군 훈련 이수율이 매년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생업과 병행하기 어려운 일정, 훈련 여건의 지역별 불균형, 보상 체계의 비현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예비군 제도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예비군은 유사 시 즉시 전환돼야 할 국가 핵심 예비전력인 만큼 군 당국은 단순히 훈련 참여 독려 차원을 넘어 홍보와 충분한 인센티브 정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절벽 시대 병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예비군 정예화가 최우선 방안으로 꼽힌다. 예비전력이 더는 상비전력을 보조하는 차원이 아닌 총체 전력의 한 축이라는 관점에서 진취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