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마이바흐 아니다...이재명 대통령이 APEC서 탄 ‘국산 의전차’ 정체

2025-11-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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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의전차의 세계무대 데뷔, 제네시스의 도전
대통령이 선택한 국내 브랜드의 자존심

이재명 대통령이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일정에서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아닌 제네시스 G90을 의전차로 선택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 전용차로 독일산 최고급 리무진 대신 국산 브랜드 차량을 택한 것은 국내 모빌리티 기술력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포항공항 의전 주차장에 나타난 제네시스 끝판 왕 G90 / 뉴스1
포항공항 의전 주차장에 나타난 제네시스 끝판 왕 G90 / 뉴스1

1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경주 APEC 회의장 일대에서는 ‘ROK-001’ 특수 번호판을 단 제네시스 G90이 운행됐다. 통상 ‘001’ 번호는 의전 서열 1위, 즉 대통령 등 국가원수가 탑승하는 차량에 부여된다. 이 차량은 APEC 기간 동안 이재명 대통령의 공식 의전차로 쓰였다.

이번 APEC의 공식 의전 차량은 현대자동차가 전면 제공한 제네시스 G90·G80 시리즈로 구성됐다. 러시아, 필리핀, 뉴질랜드 등 각국 정상과 장관급 인사들 역시 같은 라인업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G90을 탑승한 것도 의전 차량의 일체성을 유지하고, 국산 브랜드의 품격을 국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W222) 풀만 가드를 공식 의전차로 이용해왔다. 이 차량은 방탄유리 두께가 약 10cm에 달하고, 차체 전면이 방탄 구조로 설계된 최고급 리무진이다. 기관총·수류탄·지뢰·대전차 로켓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의 방호 성능을 갖췄다.

또한 외부 공기 공급 장치, 자동 소화 시스템, 화생방 대응 장비 등이 내장돼 있으며, 타이어가 완전히 손상돼도 시속 100km로 30km 이상 주행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차체 중량은 약 9톤에 달하지만, 최고출력 630마력·최대토크 91.7㎏·m의 엔진으로 주행 안정성도 확보했다.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공항 의전 주차장에 현대자동차가 APEC 2025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정상들과 글로벌 CEO들에게 제공한 초고급 세단인 제네시스 끝판왕 G90 차량이 대기 중이다 / 뉴스1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공항 의전 주차장에 현대자동차가 APEC 2025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정상들과 글로벌 CEO들에게 제공한 초고급 세단인 제네시스 끝판왕 G90 차량이 대기 중이다 / 뉴스1

이처럼 최고 수준의 보안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대통령 의전 차량을 국산 브랜드가 대신한 것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적 성숙도를 입증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국가 원수급 인사가 이용하는 차량은 정숙성, 주행 성능, 보안성과 내구성, 품질 신뢰도, 편의 사양 등 다방면에서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이번 APEC에서 제네시스 G90이 의전차로 투입됐다는 점은 국산 차량이 글로벌 기준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식 의전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국가의 품격을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따라서 탑승 인물의 위상뿐 아니라, 해당 브랜드가 지닌 이미지와 신뢰성 또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이번 선택을 계기로 제네시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제네시스 G90 / 현대차그룹 제공
제네시스 G90 /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이미 2000년대 이후 주요 국제 외교 행사에서 여러 차례 공식 의전차를 제공해 왔다. G20 서울 정상회의(2010), 작년 6월 경기 고양 킨텍스서 열린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등에서도 현대·기아 차량이 의전용으로 활용됐다. 이는 단순한 브랜드 노출을 넘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력과 품질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계기가 되어왔다.

한편 경주를 찾은 주요 정상들도 각국의 자국산 전용 차량을 이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에서 공수한 전용 방탄 리무진 ‘비스트(The Beast)’를 이용했다. 캐딜락이 제작한 이 차량은 두께 13cm의 방탄 차체와 독립 통신·방호 시스템을 갖춘 미국 대통령 전용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 SNS,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 SNS,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중국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훙치 N701을 의전차로 공수해 이용했다.

결국, 이번 APEC은 각국 정상이 ‘자국 브랜드의 기술력과 품격’을 세계 무대에 내보인 행사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제네시스 G90 탑승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이제는 외국산 의전차를 대신할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평가된다.

유튜브, 채널A News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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