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 60년…작년 ‘떼죽음’ 이후 이달의 멸종위기종 됐다
2025-11-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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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멸종위기종 선정
재작년 겨울 대규모 폐사 사태를 겪었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11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멸종위기종으로 산양을 지정했다고 2일 밝혔다.
산양은 성체의 몸길이가 105~130㎝, 몸무게가 25~35㎏ 정도이며, 우제목 소과에 속하는 중형 포유류다. 암수 모두 13~14㎝ 정도의 짧은 뿔을 가지고 있고, 털빛은 회갈색을 띠며 끝부분은 어두운 갈색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부드럽고 조밀한 털이 나, 추운 산악지대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산양은 4종만 존재하며 티베트와 히말라야, 중국 남부 및 북동 지역, 러시아 아무르 일대 등 고산지대에 국한돼 서식한다. 두 갈래로 나뉜 단단한 발굽 덕분에 가파른 절벽이나 바위틈을 빠르게 오를 수 있어 ‘등반의 달인’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백두대간을 따라 강원 고성군에서 경북 경주시까지 이어지는 산악지대에 분포한다. 현재 서식 개체 수는 약 2000마리로 추정된다. 과거 1960년대만 해도 개체수가 훨씬 많았다. 1964년 3월과 1965년 2월 대설 피해 당시 강원도에서만 약 6000마리가 포획된 기록이 남아 있어, 이후 개체 감소 폭이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된다.
멸종 위기의 주된 원인은 밀렵과 서식지 파괴다. 여기에 더해 2023년 겨울부터 2024년 초까지 이어진 폭설과 인위적 요인이 겹치면서 산양의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당시 산양 785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인으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산간지역에 설치된 울타리가 지목됐다. 이 울타리가 산양의 이동로를 막으면서 먹이를 찾지 못한 개체들이 굶어 죽거나 눈 속에 고립된 것이다.
산양은 겨울철 주로 땅에 붙은 풀을 뜯어 먹는다. 하지만 눈이 많이 쌓이면 먹이 접근이 어려워지고, 다리가 짧아 이동에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기후부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폭설이 잦아지고 있어 산양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꾸준한 보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약 200만 년 전 처음 지구상에 등장한 산양은 진화적 변화를 거의 겪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현재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