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손님 안 받아요' 성수동 카페... 인권위 조사받은 뒤 내린 결정
2025-11-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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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관계자 방문조사 후 '해당 공지 내리겠다' 서명

인권위는 해당 카페가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 차별에 해당한다는 진정을 접수하고 최근 업주를 면담했다. 면담 자리에서 인권위는 업주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중국인 금지' 공지를 내려달라고 설득했고, 업주로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서명을 받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피진정인이 차별을 원상회복하고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확인하면 별도 심의 없이 조사를 종결하는 '3호 기각'(인권위법 제39조 제1항 제3호)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업주의 확인 서명을 포함한 조사 결과보고서를 조만간 차별시정위원회에 올려 처리할 예정이다.
인권위 관계자들은 직접 카페를 찾아 “해당 문구를 삭제하지 않으면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는 처음엔 해당 문구를 삭제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그는 “공공기관이니 법적 권한이 있는 줄 알고 삭제 동의서에 서명했다”며 “나중에야 인권위가 민간 사업장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인권위법상 인권위의 조사 대상에는 국가기관·지자체 등 공공 영역뿐 아니라 법인, 단체, 사인의 차별행위도 포함된다.
인권위법 제2조에 따르면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해 국가·민족 등을 이유로 특정 사람을 배제할 경우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고 권고만 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성수동의 한 카페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의 프로필에 영문으로 ‘미안하지만 우리는 중국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We're sorry. we do not accept Chinese guests)’라는 문구를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카페는 지난달 21일부터 중국인을 출입 금지하겠다고 고지하고 실제로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한국에서 9년째 살고 있다는 중국인 A씨는 자신의 SNS에 "친구와 함께 카페에 갔는데, 사장이 '우리는 중국인을 받지 않는다'며 나가게 했다"며 "한국에서 살면서 이런 말은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사장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특정 국가를 겨냥해 무시하는 행위라고 확신한다"며 "2025년에 한국 서울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니 정말 유감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19만 명을 보유한 재한 중국인 인플루언서 헨리(본명 리신양)가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며 "한국에서 본 카페 중 가장 인종차별적인 카페"라고 비판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헨리는 "이 카페까지 일부러 온 사람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했다"며 "왜 이 나라(중국)을 이렇게 증오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카페를 둘러싼 논쟁에 한국인과 중국인, 한국에 거주하거나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뛰어들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일부 누리꾼은 업주를 전적으로 옹호하는 반응을 보인 데 반해 '식민지와 차별을 겪은 민족이 이제 비슷한 방식으로 타인을 대한다'고 비판하는 반응도 나왔다.
카페 사장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제 개인적 신념이 아니다. 손님들 사이에 반중 정서가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중국인 손님들이 시끄럽게 하며 소란을 피우고, 다른 손님들이 '짱깨 왔다'라고 말하는 등 카페 내에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페 사장은 다른 인터뷰에서도 "중국인 손님이 오면 한국인 손님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부정적인) 반응 자체를 만들기 싫었다"라며 "반중 감정이 격해진 지금 시기에 가게에서 중국 손님과 한국 손님의 갈등을 없애기 위해 받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카페 측은 가게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행동일 뿐이지 반중이나 인종차별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내놨다.
논란이 커지자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서 "보내주신 우려의 마음, 저 또한 깊이 공감한다"며 "성수동이 국내 관광객은 물론 해외 여러 나라에서 찾아와주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떠오르는 만큼, 최대한 해당 업소를 설득해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 누리꾼이 정 구청장에게 "이런 인종차별적인 가게가 성동구에 있는데 어떻게 제재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문의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정 구청장은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카페 사장이) 성동구청 직원·지역 상인들과 함께 대화한 뒤 매장에 있던 '중국인 출입금지' 공지를 뗐고, (지금은) 중국인들의 출입을 막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아 있는 기존 공지는 사장님이 '며칠 시간을 달라'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다. SNS 공지도 적절한 시점에 내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 구청장은 논란이 지역 상권에 미칠 영향도 언급했다. 그는 "올 상반기에만 외국인 300만 명이 성수동을 방문했고, 지난해 성수동 카드 매출액만 1300억 원"이라며 "지역 상권에 외국인들이 굉장한 역할을 하고 있고, 여기에 상당히 의존하는 분들은 매출 감소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A 카페가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공지한 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反)한국 여론'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주일 사이 중국의 '성수동 관광 거부' 운동은 물론, 미국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도 한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한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반중 정서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탯리서치가 MBC 라디오 의뢰로 지난달 14~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2014명을 대상으로 '주변국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69%로 긍정적 인식(22%)과 견줘 압도적으로 높았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이유로는 '공공질서 부족 등 중국인의 태도가 싫어서(23%)' '일당독재의 공산주의 국가라서(15%)' '북한과 동맹관계로 군사적 위협이 돼서(14%)'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고 해서(14%)' 등의 순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