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쫀득 물 오른 과메기, 기름진 맛 제대로 느끼려면 이렇게 고르세요
2025-11-0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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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바다의 바람이 빚어낸 별미 ‘과메기’
찬바람이 부는 11월이면 포항과 구룡포 바닷가에 과메기가 걸린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기온이 떨어지고 해풍이 차가워지면서, 과메기 특유의 윤기와 쫀득한 식감이 완성된다. 본래 청어로 만들던 것이 요즘은 주로 꽁치를 사용하지만, 맛과 영양은 여전히 풍부하다. 과메기는 단순한 겨울 별미를 넘어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관 건강을 지켜주는 제철 보양식이다.
◆찬바람이 만들어내는 자연 발효의 맛
과메기는 꽁치나 청어를 깨끗이 손질해 바닷바람과 햇볕에 며칠간 말린 음식이다. 완전히 말리는 것이 아니라, 반쯤 건조된 상태에서 윤기와 기름이 돌아야 제맛이다. 낮에는 해풍이 기름을 숙성시키고 밤에는 한기가 수분을 빼앗으며, 이런 과정을 반복해 겉은 말랑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 만들어진다. 인공적인 조리법 없이 바람과 온도만으로 완성되기 때문에 자연 발효식품에 가까우며,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감칠맛이 깊어진다.

◆오메가-3 지방산의 보고
과메기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이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인 DHA와 EPA가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벽을 부드럽게 유지한다. 이는 심혈관 질환 예방과 혈액 순환 개선에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과메기 100g에는 DHA가 약 900mg, EPA가 약 700mg 들어 있어, 등푸른 생선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또한 오메가-3는 뇌세포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다. 꾸준히 섭취하면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성장기 청소년이나 수험생, 노년층의 뇌 건강 관리에도 효과적인 이유다.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나오는 신선한 과메기는 이들 영양소가 가장 풍부할 때 잡혀, 영양적 가치가 높다.
◆단백질과 미네랄의 완벽한 균형 과메기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생선 살코기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지고 단백질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100g당 단백질이 약 24g에 달해, 체력 보충과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된다. 또한 칼슘, 인, 철분, 아연 등 미네랄도 풍부해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특히 칼슘과 인은 뼈 건강을 유지하고, 철분은 빈혈 예방에 기여한다. 비타민A, D, E 등의 지용성 비타민도 풍부해 피부 건조와 피로 회복에도 좋다. 건조한 11월의 공기에 피부가 거칠어졌다면, 과메기를 정기적으로 섭취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메기와 궁합이 좋은 채소들
과메기는 기름기가 많고 풍미가 강한 음식이라 채소와 곁들여 먹으면 영양 균형이 맞는다. 상추, 배추, 미역, 김, 마늘, 쪽파, 고추 등과 함께 싸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채소들은 비타민C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과메기의 지방 흡수를 억제하고 소화를 돕는다. 특히 마늘과 쪽파는 혈액 속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오메가-3 지방산과 시너지 작용을 낸다. 초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을 때는 당분이 많은 양념 대신 식초와 레몬즙을 더하면 상큼한 맛과 함께 지방산의 산화를 막아준다. 또한 과메기를 너무 차갑게 먹으면 지방이 굳어 맛이 떨어지므로, 실온에서 약간 두어 부드럽게 만든 뒤 먹는 것이 좋다.
◆소화가 잘되는 겨울철 단백질 음식
기름기가 많다고 해서 과메기가 속을 더부룩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숙성 과정에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소화 흡수가 빠르다. 위장이 약하거나 식욕이 떨어졌을 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다만 염분이 다소 높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하루 섭취량을 100g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과메기를 냉동 보관했다면 먹기 전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해야 식감이 유지된다. 전자레인지로 급하게 데우면 기름이 녹으며 비린내가 올라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과메기, 겨울철 피로를 덜어주는 자연 보양식
11월 이후 일조량이 줄고 체온이 떨어지면 신진대사가 둔해진다. 이때 과메기에 풍부한 단백질과 비타민B군이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시켜 피로 회복을 돕는다. 또한 오메가-3 지방산이 혈액 순환을 개선해 손발 냉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혈류가 원활해지면 체온이 올라가면서 면역력도 강화된다. 특히 겨울철 직장인들이 자주 겪는 어깨 결림이나 두통은 혈액순환 저하와 관련이 깊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과메기를 섭취하면 혈액 점도가 낮아져 이런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전통식에서 찾는 건강의 지혜
과메기는 단순한 안주가 아니라, 자연의 바람과 인간의 지혜가 빚은 건강식이다. 냉동기술이 발달하기 전부터 겨울철 단백질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보존식으로, 그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화학 조미료나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현대인의 입맛에도 맞는 순수한 자연식이다. 포항 지역에서는 과메기를 초겨울이 오기 전 ‘첫서리 과메기’라 부르며 귀한 손님상에 올린다. 이 시기 과메기는 기름이 적당히 올라 풍미가 가장 좋고, 염도도 낮아 담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