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바로 그 책...김혜경 여사, 싱가포르 총리 부인에 즉석으로 건넨 ‘이 책’ 정체
2025-11-0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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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정서를 담은 에세이, 외교의 새로운 언어
요리책으로 이어지는 문화 외교의 감동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싱가포르 총리 부인에게 자신이 직접 쓴 요리 에세이 ‘밥을 지어요’를 즉석에서 선물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단순한 책 한 권이 아니라, 한식과 가족, 그리고 삶의 온기를 담은 이야기이기에 외교 무대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지난 2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에 따르면, 김혜경 여사는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의 부인 루 즈 루이 여사와 만나 환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여성의 사회 진출과 일·가정 양립,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 등 양국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다. 루이 여사가 “싱가포르에서도 잡채,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불고기 등 K-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김 여사의 저서를 언급하자, 김 여사는 즉석에서 ‘밥을 지어요’를 선물했다. 외교적 격식보다 따뜻한 정이 먼저 오간 순간이었다.
이 책은 단순한 요리 지침서가 아니다. 김 여사는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자 정치인의 아내로, 매 끼니 밥상을 지키기 위해 배운 요리의 기록’이라고 밝히며, 음식에 담긴 가족의 기억과 시간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요리들, 오래된 주방 도구에 밴 추억이 소록소록 묻어 있다”는 대목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
출간 당시만 해도 평범한 에세이로 여겨졌던 이 책은 6년 만에 놀라운 ‘역주행’을 이뤘다. 지난해 7월 교보문고 집계 기준으로 ‘밥을 지어요’는 유시민 작가의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제치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요리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 여사의 진솔한 문체와 따뜻한 생활 감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중년 여성 독자층의 지지를 얻었고, 5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25%를 넘었다.

이번 만남에서 루이 여사는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인상 깊었다”며 “특히 지드래곤 공연을 직접 봤다는 사실에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여사는 “이번 방문으로 한국의 다채로운 매력을 경험했기를 바란다”며 화답했다.
한편, ‘밥을 지어요’는 한식과 삶의 철학을 연결하는 에세이로, 단순한 레시피를 넘어 한국인의 ‘밥상 문화’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외국 귀빈에게 한 권의 요리책을 선물한 이번 일화는, 국산 식재료와 전통 음식을 세계에 소개하는 하나의 문화 외교로 읽힌다.
책 한 권의 건넴이 외교의 언어가 되고, 한식의 온기가 국경을 넘는 순간. 김혜경 여사가 건넨 그 책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한국의 식탁’을 세계에 전하는 작고 따뜻한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