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새 32배나 폭증…요즘 기차표 구하기 유난히 어려운 이유
2025-11-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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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표 암표 거래 4년 만에 32배↑
열차표 웃돈 거래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KTX 예매창을 열면 순식간에 좌석이 사라진다. 인기 노선은 예매 시작 몇 초 만에 ‘매진’ 표시가 뜨고, 취소표조차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단순한 이용객 폭주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새 온라인에서 열차표를 웃돈에 되파는 암표 거래가 급증하면서, 실제 이용객들이 표를 구하기 더 어려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코레일과 SR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지난 4년간 철도 승차권 암표 거래가 32배 이상 폭증했다고 3일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암표 거래로 의심돼 삭제 요청이 이뤄진 건수는 2021년 34건에서 지난해 1090건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에 수사 의뢰된 사례도 총 140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서도 10월까지 624건의 불법 거래가 적발됐으며 이 중 359건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고 265건은 국토부와 경찰청에 수사 의뢰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게시물은 주로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에서 발견됐다. 코레일은 올해까지 총 406건의 게시물을 삭제 요청하고 206건을 수사 의뢰했다. SR 역시 1067건의 삭제 요청과 199건의 수사 의뢰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철도사업법’에 따르면 철도사업자가 아닌 개인이 승차권을 구입 가격보다 높은 금액에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할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금까지 코레일과 SR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토부는 올해 1월 21일부터 부정 판매자의 개인정보를 코레일과 SR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게 됐지만 “상습성이나 영업성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과태료 부과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온라인 암표 거래의 특성상 익명성이 강하고 거래 경로가 다양해 실제 판매자 신원과 거래 내역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경찰 역시 현행법상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암표 거래를 직접 단속하거나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수사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온라인 불법 거래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명절과 연휴철 KTX 등 인기 노선의 표가 웃돈에 거래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코레일은 올해 초 외부 법무법인을 통해 ‘암표 근절을 위한 처벌 강화 방안’을 자문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자문 결과에서는 철도특별사법경찰관에게 수사 권한을 부여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 대량 구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암표 관련 과태료 부과 절차를 강화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김희정 의원은 “국토부가 조사 권한을 갖고도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이용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열차 암표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태료 부과 등 제도 미비점을 조속히 보완해 불법 행위를 엄정히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쇼·편법 승차 막기 위해 달라진 철도 제도
이뿐만 아니라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한 채 열차에 오르거나 출발 직전에 취소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정작 필요한 사람이 표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노쇼족’과 ‘편법 승차객’이 늘어나자 철도 당국은 올해부터 제도 개편에 나섰다.
앞서 코레일과 에스알(SR)은 효율적인 좌석 운영을 위해 주말 승차권 위약금을 명절 수준으로 인상했다. 기존에는 출발 하루 전이나 당일 3시간 전 취소 시 위약금이 400원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각각 운임의 5%와 10%가 부과된다. 묻지마 예약이나 좌석 선점 후 반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주말 저녁이나 연휴 전날에는 일단 표를 확보한 뒤 나중에 취소하는 사례가 빈번해 정작 이동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좌석이 비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다.

또 무표 승차나 구간 초과 이용 등 부정승차에 대한 부가운임도 1배로 강화됐다. 과거에는 정상 운임의 절반만 냈지만 지금은 동일 금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가족 단위라면 벌금만 수십만 원에 달한다.
코레일과 SR은 “좌석을 선점하거나 부정 이용하는 사례로 인해 실제 승차를 원하는 이용객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보완했다”며 “실제 이용객 중심의 예약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