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잡혔지...한국서 자취 감췄는데, 울릉도 통발에 다시 걸린 ‘한때 국민 생선’
2025-11-05 07:48
add remove print link
명태, 바다의 신비로운 귀환
사라진 국민 생선의 희망 신호
한때 국민 생선으로 불렸던 명태가 울릉도 해역에서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잡히며 지역이 술렁였다. 지구온난화와 해수온 상승으로 국내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명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울릉군 북면 추산 앞바다에서 어로작업을 하던 정석균(63) 씨는 절기상 입동을 사흘 앞둔 지난 4일 오후 3시쯤, 수심 160m에 설치한 통발에서 길이 약 17cm의 어린 명태 한 마리를 발견했다. 정 씨는 “혹시나 싶어 꺼내보니 명태였다”며 “금어기라 사진만 찍고 바로 방류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울릉읍 저동리 앞 죽도 동쪽 해역에서 약 25cm 크기의 명태 한 마리를 잡은 바 있다.
정 씨는 “수십 년 전만 해도 죽도 앞에서 북면 공암 인근 바다까지 낚싯줄만 넣으면 명태가 쏟아져 작은 통통배가 순식간에 가득 찼다”며 “이제는 보기 힘든 귀한 물고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또 “어릴 적 해변 덕장에서 말리던 명태가 지천이었는데, 친구들과 장난삼아 명태 눈알을 빼먹던 기억이 난다”며 “그 많던 명태가 사라져 이제는 한 마리만 잡혀도 뉴스가 된다”고 매체에 전했다.
명태는 한때 우리나라 총 어획량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대표 한류성 어종이다. 몸길이 30~90cm, 몸무게 600~800g에 이르는 비교적 큰 생선으로, ‘생태’ ‘동태’ ‘북어’ ‘코다리’ ‘노가리’ ‘황태’ 등 이름만 달리해도 형태와 쓰임이 다양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기후변화로 인한 동해 수온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명태는 점차 사라졌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3년 사이 동해의 평균 표층 수온은 1.9도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1980년대 연간 10만 톤을 넘겼던 명태 어획량은 2010년 무렵 2만 톤 이하로 급감했다.

2019년부터는 명태 포획이 전면 금지됐다. 국내산 명태가 사라지자 대부분의 소비량은 러시아 등 북태평양 해역에서 수입되고 있다.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금태(金太)’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명태, 도루묵, 임연수어 같은 냉수성 어종은 국내 연안에서 거의 사라진 반면,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전갱이·방어류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정부는 2017년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 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당시 자연산 명태 발견 시 최대 50만 원의 포상금 제도도 시행됐으나, 실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자연산 명태는 우리 바다에서 보기 힘든 존재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울릉도 명태 포획이 단순한 희귀 사례를 넘어, 한류성 어종의 생태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분석한다. 울릉도 해역은 여전히 차가운 한류와 따뜻한 난류가 만나는 복합 수역으로, 냉수성 어종이 일시적으로 머물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해역으로 꼽힌다. 이러한 해양 특성 덕분에 명태처럼 찬 바다를 선호하는 어종이 간헐적으로 포착되기도 하지만, 수온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마저도 점차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명태의 귀환을 위해서는 단순히 기온이 낮아지길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인공부화 기술을 통한 방류사업뿐 아니라 먹이사슬 회복, 산란장 보호, 연안 생태계 복원 같은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온실가스 감축과 해양 보호에 있다.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은 명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해양 생태계 전체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명태의 회복은 단순히 한 어종의 복귀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바다의 경고에 어떻게 응답하느냐를 묻는 질문이자, 우리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상징이다. 울릉도에서 통발에 걸린 한 마리의 명태는, 바다의 변화와 우리의 책임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작은 신호탄이 됐다.
명태의 다양한 변신 6가지
-생태: 갓 잡은 신선한 명태로, 맑은탕이나 찜에 주로 쓰인다.
-동태: 생태를 바로 얼린 것으로, 동태찌개에 활용된다.
-북어: 명태를 완전히 말린 형태로, 국이나 숙취 해장국에 쓰인다.
-코다리: 생태를 반쯤 말린 것으로, 양념조림이나 찜으로 즐긴다.
-노가리: 어린 명태를 말린 것으로, 안주나 간식으로 인기가 높다.
-황태: 겨울철 찬바람에 얼렸다 녹이며 말린 명태로, 감칠맛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