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257점…드디어 일반에 공개된 ‘이곳’ 정체

2025-11-0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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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예술 어우러진 야외 전시로 재탄생

도심 속에서 문화유산을 거닐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다.

모두의 정원 다양한 표정의 석인상 /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모두의 정원 다양한 표정의 석인상 /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조용히 걷기 위해, 누군가는 아이 손을 잡고 주말 나들이 삼아 들른다. 그런데 대구에서는 요즘 산책길이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길을 따라 돌이 세워져 있고, 그 돌마다 시간의 얼굴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불상과 석탑이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그 길, 자연과 유물이 나란히 호흡하는 공간이 새로 생겼다.

국립대구박물관은 박물관 뒤편 산책로를 따라 조성한 ‘모두의 정원’을 일반에 공개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모두의 정원 /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모두의 정원 /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이번 정원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유물 가운데 석조물 257점을 한자리에 모아 시민에게 선보이는 공간이다. 박물관 측은 “개인의 수집품이 이제는 모두의 문화유산으로 되돌아왔다”며 “기증 문화의 가치를 시민들과 나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모두의 정원’은 국립대구박물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시작된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의 결실이다. 박물관 뒤편 산책로에는 해담길, 월담길, 별담길 세 구간이 이어지며 길을 따라 시대와 형태가 다른 석조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높이 6m의 오층석탑을 비롯해 효자 이종형 정려문, 고려시대 석조여래좌상 등 각기 다른 시대의 석조물들이 제자리를 찾은 듯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표정의 석인상 /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다양한 표정의 석인상 /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조각상들의 표정과 높낮이를 달리해 걷는 시선마다 풍경이 달라지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정원 곳곳에는 우리 땅에서 자란 나무와 꽃이 심어져 석조물과 어우러지며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관람객은 마치 돌과 바람, 그리고 시간 속을 함께 걷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형 전시도 더해졌다. ‘알록달록 동자상’에서는 아이들이 석조상을 직접 보고 만지며 의미를 배울 수 있고, ‘제25회 어린이 그리기 잔치 입상작품 특별전’에서는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된 석조물이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립대구박물관 관계자는 “모두의 정원은 자연 속에서 문화유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열린 쉼터이자, 기증 문화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공간”이라며 “가을 정취 속에서 돌의 숨결과 시간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양한 표정의 석인상 /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다양한 표정의 석인상 /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 문화와 시간이 머무는 곳, 국립대구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은 대구광역시 수성구 황금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산하 박물관으로, 대구와 경상북도 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연구·전시·교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1994년 12월 개관한 이후 지역 대표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했으며,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유물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 내부는 고대문화실, 중세문화실, 복식문화실,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총 59건 102점을 비롯해 수천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출토된 신라와 가야의 유물, 금동보살입상과 금동관 등 대표적 고대문화유산이 전시돼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오층석탑과 고인돌, 삼국시대 토기가마 등 실물 유적이 재현돼 있어 관람객이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오후 7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입장은 무료(일부 기획전 유료)로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역사와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 위치 / 구글 지도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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