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흔했는데 국내 어획 '0마리'... 90% 수입 의존하며 금값된 '생선'
2025-11-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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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과 물류비 상승 등 이유로 가격 상승
한때 국민 생선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값비싼 고급 식재료가 되어버린 '생선'이 있다.

한때 '흔하디흔한 국민 생선'으로 불리며 서민의 밥상을 책임졌던 이 생선은 이제 한 마리당 4천 원, 5천 원을 훌쩍 넘는 '금태(金太)'가 되었다. 동태찌개, 황태구이, 노가리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식탁을 채웠던 이 생선의 이름은 바로 명태다.
하지만 국내 어획량이 거의 멸종 수준에 이르면서 2019년부터 포획이 금지되었고, 현재 한국에서 소비되는 명태는 90% 이상을 러시아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고환율과 물류비 상승, 수입국의 공급 정책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계속 폭등하며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금태' 현상은 명태의 주요 공급처인 러시아와 북미 지역의 상황과 비교하면 더욱 아이러니하다. 사실 이들 국가에서 명태(폴락, Pollock)는 과거 고급 어종인 대구(Cod)에 비해 선호도가 낮았다. 주로 어묵, 맛살 등 가공식품의 원료나 저렴한 냉동 필렛 형태로 소비되는 '2류 생선'이라는 오명이 있었고, 한국처럼 '생태'나 '황태'를 고가에 소비하는 문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명태의 위상이 크게 달라지는 반전이 일어났다. 주요 어획국인 러시아는 명태를 단순한 가공 원료가 아닌, '지속 가능하고 저렴한 단백질원'으로 격상시키려는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수산업계는 '극동 명태'와 같은 브랜드를 개발하고, 유명 셰프들과 협력하여 명태를 활용한 다양한 신규 레시피를 개발하며 '싸구려 생선'이라는 인식을 깨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명태가 영양가가 풍부한 '가성비 좋은 미래 식재료'임을 알리고 내수 소비를 늘려 국제 가격 변동에 대한 충격을 줄이려는 데 있다. 특히 한국에서 명태를 생태, 동태, 코다리, 황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식은 해외에서 명태의 다재다능한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사례로 재평가받고 있다.

결국 명태 사례는 한국에서는 국민 생선을 잃어버린 대가로 고가를 치르지만, 원산지에서는 환경적·경제적 이유로 명태 소비를 장려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준다. 이는 수산 자원 관리에 실패한 결과가 현재의 식량 안보 취약성과 고물가로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명태를 다시 식탁에서 편안하게 만날 수 있으려면, 국제 수급 상황 모니터링은 물론, 지속 가능한 수산 자원 관리와 대체 어종 발굴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