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에 바쳐졌던 귀한 건데…APEC 한중 정상회담 후식에 올라 눈길 끈 '이것'

2025-11-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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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실에 진상되던 명차의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져

전남 보성의 대표 특산품인 '보성녹차'가 지난 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중 정상회담 국빈 만찬의 후식으로 제공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초록잎이 펼치는 세상에서 관계자들이 녹차잎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초록잎이 펼치는 세상에서 관계자들이 녹차잎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5일 보성군에 따르면 이번 만찬은 한·중 수교 33주년을 기념해 마련됐으며 한국의 삼색 매작과와 삼색 과일이 선보여졌다. 이어 중국식 디저트 '지마구'와 함께 보성녹차가 후식으로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식단에서 보성녹차는 유일하게 지명이 명시된 지역 브랜드로 '보성'의 이름이 세계 정상들의 만찬장에 오르며 글로벌 명 브랜드로 각인될 기회가 됐다.

보성녹차는 농산물 지리적표시 제1호로 등록된 제품으로, 지하 암반층 위에 형성된 비옥한 토양과 잦은 안개 등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재배된다. 친환경 인증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품질관리 속에서 재배되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항암 효과, 피부 보습, 노화 방지 등 다양한 효능도 인터넷 등에서 화제가 됐다.

보성은 '동국여지승람'에도 차 재배지로 기록된 지역으로, 대한민국 전통 차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왕실에 진상되던 명차의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초록잎이 펼치는 세상에서 관계자들이 녹차잎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초록잎이 펼치는 세상에서 관계자들이 녹차잎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김철우 군수는 "보성은 동국여지승람에 차(茶) 재배지로 기록될 만큼 대한민국 전통 차 자생지로 자리매김하면서 과거 왕실에 진상되던 명차로서의 명성도 이어지고 있다"며 "APEC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위상을 알릴 수 있어 매우 뜻깊다"고 전했다.

더불어 "최근 일본 시즈오카를 방문해 '보성말차' 산업의 고급화와 세계화를 위한 벤치마킹도 하고 있다"며 "보성말차 생산 지원을 강화해 글로벌 차 시장의 경쟁력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보성의 푸른 차밭에서 자라난 한 잔의 차가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 정상의 식탁에 오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차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녹차.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녹차.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 차 문화의 중심, 녹차

녹차는 천년의 역사를 지닌 차 문화의 중심이자, 현대인의 건강 음료로 재조명받고 있는 식물이다. 'Camellia sinensis'라는 차나무의 어린 잎을 증기로 덖어 발효를 억제해 만드는 녹차는 그 섬세한 향과 은은한 맛으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왔다. 중국에서 기원해 일본과 한국으로 전파된 녹차는 각 지역의 기후와 문화에 따라 다양한 풍미로 발전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강조하는 전통 덖음차 방식이 주를 이룬다.

녹차의 가장 큰 특징은 항산화 물질인 '카테킨'의 풍부한 함량이다. 이 성분은 활성산소를 억제해 노화와 세포 손상을 막는 효과가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체지방 분해를 돕는다. 또한 카페인이 커피보다 적게 들어 있어 집중력은 높이고 긴장감은 줄여준다. 녹차에 함유된 '테아닌'은 뇌의 알파파를 활성화시켜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녹차가 화장품·의약품·식품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녹차 추출물은 피부 진정과 항균 작용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녹차 분말인 '말차'는 디저트나 음료로 젊은 세대에게 각광받는다. 이는 단순한 전통음료를 넘어, 지속 가능한 식문화로서의 녹차 가치가 새롭게 해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 한 잔의 여유 속에는 오랜 시간의 문화와 과학이 깃들어 있다. 찻잎이 뜨거운 물속에서 천천히 피어오를 때, 우리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자연의 향기와 정신의 안정을 함께 음미하게 된다. 녹차는 그 자체로 한 잔의 철학이자' 느림의 미학을 상징하는 현대인의 작은 쉼표라 할 수 있다.

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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