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사망한 일본인 엄마가 꼭 가고 싶어했던 '장소'…한국인들을 다 울리고 있다
2025-11-0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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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한국 음주운전 처벌 약하다며 우려 표명
서울 동대문 앞 횡단보도에서 50대 일본인 관광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가운데, 유가족이 울분을 토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50대 일본인 여성의 유족 A 씨는 사고 다음 날인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한국에서 저의 어머니와 언니가 음주 운전 신호 위반 교통사고에 휘말렸고,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셨다. 언니는 중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A 씨는 "마음을 추스르고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라며 "가해 운전자가 가벼운 처벌만 받는다거나 손해배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음주운전을) 강하게 처벌하지 않는 것이냐"고 걱정했다.

또 A 씨는 부상을 입은 30대 여성의 상태에 대해서 "뉴스에서는 경상으로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무릎뼈, 갈비뼈 등 여러 곳이 골절됐다. 이마도 10㎝ 정도 찢어져서 중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10시쯤 30대 남성 서 모 씨가 몰던 차량이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인도로 돌진해 일본인 모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58세 일본인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38세 딸은 무릎 골절과 이마 열상 등을 입었다.
당시 서 씨는 소주 3병가량을 마시고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넘겼다.
오사카에 거주하던 두 모녀는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첫날 참변을 당했다. 이들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쇼핑을 마친 뒤 종로구 낙산성곽길을 구경하러 가던 길이었다.
A 씨는 "어머니가 드라마 'Eye Love You'의 촬영지였던 낙산공원에 가고 싶다고 예전부터 말씀하셨다"라며 "낙산공원 근처 교차로 사진을 메신저 배경으로 할 정도로 좋아하셔서 가고 싶으셨나 보다"라고 전했다.

'Eye Love You'는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로, 지난해 일본 TBS와 넷플릭스 등을 통해 방영됐다. 한국 배우 채종협이 출연해 한국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면서 "사고를 당한 장소가 공원 바로 앞 교차로였다. 어머니는 결국 낙산공원에 도착할 수 없었다. 음주운전은 절대로 가볍게 용서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언론도 일본인 모녀의 비극과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지적했다.
일본 TV아사히는 "한국에서 경찰이 음주 단속을 시도하면 갑자기 달리고, 사고를 일으켜도 도주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연간 13만건이 넘어 일본의 6배다. 한국의 인구가 일본의 절반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큰 수치"라고 짚었다.
동시에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사고는 7만건을 넘는다"라며 "한국 경찰은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영상을 공개하고 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