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과 구수한 향 낸다…겨울철 김장김치에 들어가는 '이 생선' 정체
2025-11-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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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함경도 김치에 들어가는 생선

한국의 김장 문화는 오랜 세월 동안 지역과 기후, 그리고 재료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그중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김치에 생선, 특히 명태를 넣는 독특한 전통이 이어져 왔다. 명태는 차가운 해역에서 잡히는 대표적인 겨울 생선으로 살이 단단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명태는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김장을 담글 때 부패의 위험이 적어 김치 재료로 적합했다. 특히 함경도와 강원도 등 한랭한 북부 지역에서는 생명태나 동태를 그대로 김치 속에 넣어 발효시키는 방식이 전해졌다.
김장김치 재료로 들어가는 생선
함경도식 명태김치는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이 지역에서는 배추를 절인 뒤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젓갈 등을 섞은 양념에 생명태를 통째로 넣어 버무린다. 명태는 김치가 익어 가는 동안 단백질이 자연스럽게 분해되며 단맛과 감칠맛을 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는 국물이 맑고 시원하며 특유의 감칠맛이 깊어 밥반찬으로도 훌륭하다. 특히 함경도처럼 겨울이 길고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는 김치가 천천히 숙성되기 때문에 명태가 들어가도 상하지 않고 오히려 김치의 풍미를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도 김장김치에 동태를 넣는 전통이 있다. 동태는 명태를 얼린 것으로 생명태보다 보관이 용이하고 김장철에 구하기 쉬웠다. 이 지역에서는 동태를 잘게 썰어 양념 속에 섞거나 배추 속에 끼워 넣는 방식을 사용했다.

명태의 살은 발효 과정에서 부드럽게 변하며 김치 국물에 단맛과 구수한 향을 더한다. 때로는 명태의 내장이나 껍질, 머리 부분까지도 함께 넣어 감칠맛을 강화했다. 이렇게 만든 김치는 국물이 진하고 깔끔해 겨울철에 국 대신 즐기기도 했다.
명태는 젓갈 형태로도 김치에 들어간다. 명태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명태젓이나 황태젓은 다른 젓갈류와 함께 김치 양념의 재료로 쓰였다. 새우젓이나 멸치젓보다 향이 은은하고 감칠맛이 깊어 김치의 풍미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북부 지방에서는 젓갈 대신 명태젓을 주로 사용해 특유의 시원한 맛을 냈다.
훌륭한 겨울 음식으로 평가받아
이렇듯 명태를 넣은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역의 기후와 생활 환경, 그리고 식재료를 아끼는 지혜가 담긴 문화의 산물이다. 냉동 기술이 발달하기 전 추운 기후 속에서도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명태를 활용한 김치는 저장성과 영양을 모두 갖춘 훌륭한 겨울 음식이었다.
오늘날에는 명태김치가 흔하지 않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옛 방식을 지켜 전통의 맛을 이어 가고 있다. 이런 명태김치는 한국 김치 문화의 다양성과 깊이를 잘 보여 주는 예로 각 지역이 지닌 음식 문화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