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더는 개인 일탈 아니다… 플랫폼 책임·피해자 중심 체계 시급”
2025-11-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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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서 열린 양성평등 강연회, 기술 아닌 ‘권력 구조’ 문제로 본 접근 눈길
플랫폼 규제·성인지 감수성 수사체계·국제 공조까지 제도 정비 과제 산적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디지털 성범죄가 일상의 위협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단순 처벌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사회 구조와 권력관계를 중심에 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세종시 새롬동 행복누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 여성위원회 개최로 열린 양성평등 강연회에서는 “디지털 성범죄는 기술이 아닌 사회적 권력의 문제”라는 시각이 공유됐다. 강연자로 나선 이주희 청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AI·스마트폰은 단지 도구일 뿐이며, 문제의 본질은 젠더 위계가 자리한 권력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행 대응 체계가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마저도 법적 사각지대와 수사기관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러 기관을 떠돌지 않도록 ‘원스톱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성인지적 접근이 내재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국제 공조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시스템의 문제이며, 플랫폼은 더 이상 중립적 기술이 아닌 폭력의 매개자”라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AI 기반 탐지 시스템 도입, Budapest 협약 등 국제 공조 체계 구축, ‘사전예방 설계’(Prevention by Design) 원칙이 국내 플랫폼 규제에 반영돼야 한다는 점도 제시됐다.
이번 강연은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단발성 교육을 넘어 제도적 후속 조치로 이어지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은 반복되는 범죄 양상과 처벌의 실효성 한계를 인식하고, 근본적인 시스템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

사회적 인식 개선과 더불어 법·제도의 정비, 플랫폼 기업의 책임 이행이 동반되지 않으면 디지털 성범죄는 더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 보호는 선택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임을 환기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