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적보도] ‘예고된 참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2025-11-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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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가 아닌 붕괴였다” – 무너진 것은 구조물이 아닌 안전 시스템
- 공기업 책임 실종… 사고 나면 ‘원인 조사 중’만 반복
- ‘예견된 참사’… 경고는 있었지만 무시됐다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지난 11월 6일, 대한민국의 산업현장에서 ‘안전’은 여전히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고 있다. 60m 높이 보일러 타워 붕괴로 3명이 숨지고 여전히 5명이 매몰된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구조물 붕괴 사고는 그 사실을 다시금 여실히 증명했다. 사망자들의 헬멧은 먼지에 덮였고, 붕괴된 철골 구조물은 그날의 공포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예견된 참사’… 경고는 있었지만 무시됐다
사고가 발생한 보일러 보수 작업 구간은 이미 다수의 작업자들이 안전조치 미흡을 지적해온 구역이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수개월 전부터 구조물의 균열이 관측됐고, 수차례 보수 요청이 있었지만 예산과 일정 핑계로 무시되었다”고 밝혔다. 결국, 사측의 '예산 절감'과 '공정 단축' 논리에 따라 또 한 번 노동자의 생명이 가벼이 희생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철거 작업에는 협력업체 외주 인력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들은 철저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고위험 작업에 동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동서발전 측은 “사고 원인 파악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지지대 등을 약화시키며 해체하는 위험한 작업인데도, 현장에 해체 설계의 적정성 등을 관리감독 하는 감리가 없었다.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만연… ‘중대재해법’은 어디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도 3년이 지났지만, 기업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한국동서발전은 공기업이자, 안전을 선도해야 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작업을 외주화하고, 최소 인력으로 작업을 강행하며 관리·감독을 사실상 방기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후에도 해당 기업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는 전형적인 면피성 입장문만을 반복하고 있다. 책임자에 대한 징계, 구조적 대책 마련,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는 찾아볼 수 없다. 이쯤 되면, ‘사고는 나도 책임지는 이는 없다’는 구조적 무책임이 고착된 것이라 봐야 한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작업 중 실수가 아닌, 전형적인 산업 현장의 구조적 방임과 관리 부실이 빚어낸 참사다. 이토록 위험한 작업이 사전 시뮬레이션도 없이 무리하게 진행된 점은 책임자 전원에 대한 형사적 책임 추궁이 필요함을 방증한다.

무너진 것은 구조물이 아니라 ‘노동존중의 가치’
이번 사고는 단순한 건축물 붕괴가 아니다. 무너진 것은 안전 시스템이며, 노동자의 권리이며, 생명을 향한 사회의 존중이다. 반복되는 인재(人災) 앞에서 정부와 기업은 더 이상 ‘불가피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이제는 누군가 죽은 뒤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후행적 대응 시스템을 끝내야 할 때다. 사고는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된 예방 가능했던 비극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묻지 않을 것이다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조차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면, 민간 사업장은 말할 것도 없다. 언론의 외면, 기업의 침묵, 정부의 무책임이 빚어낸 이 참사는 결코 묻혀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질문한다. 이 비극은 정말 ‘불가피한 사고’였는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방치된 위험’이 터진 것인가?
당신이 발 딛고 선 그 현장은 안전합니까? 아니면 오늘도 ‘운에 맡기는 생존’입니까.
산업현장의 기본은 ‘생명’이며, 그 어떤 효율성도 생명보다 우선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