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과 차관이 반대했다더라” 대장동 담당 검사 글 일파만파

2025-11-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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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망에 글 올려 “법무부 경위 밝히라” 요구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민간업자 사건을 항소하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공판을 담당했던 검사가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한 경위를 검찰 내부망에 자세하게 밝혔다.

강백신 대전고검 검사는 8일 오전 4시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항소장 미제출 과정을 설명했다.

강 검사는 "최근 형사사법 시스템의 대내외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의 심려가 큰 상황에서 특정 사건의 공판 대응과 관련해 심려를 끼치는 글을 올리게 돼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도 "사안의 중대성과 그 성격에 비추어 구체적 경위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 검사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1심 판결을 선고한 지 사흘 뒤인 지난 3일 대장동 수사팀과 공판팀이 모여 항소 방침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 전원이 항소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부분들에 대해 상급심의 재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5일 수사팀과 공판팀은 항소제기 보고서와 관련 서류를 서울중앙지검에 올렸다. 중앙지검은 항소 방침을 정한 뒤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6일 대검은 1심 판결에서 지적된 검찰의 별건수사 관련 적법성 문제 등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담당팀이 대검의 요청 사항을 정리해 회신한 뒤, 7일 항소장은 부장과 4차장, 검사장의 결재를 거쳤다.

하지만 대검의 최종 승인은 나오지 않았고 항소장 제출은 계속 지연됐다. 강 검사는 "대검 반부패부장이 재검토해보라고 하면서 불허하자 4차장이 반부패부장에게 전화해 설득하겠다며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항소 시한 마감 2시간 전인 오후 10시 담당팀은 대검 연구관에게 메신저로 중앙지검장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지 물었다. 법원에선 직원들이 항소장 접수를 위해 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강 검사는 자정이 다가올 때까지 중앙지검 지휘부로부터 항소장 제출에 관한 어떤 지시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강 검사는 "공판 담당 검사 2명이 4차장실로 가서 '항소를 해야 하니 결단을 내려달라'는 취지로 건의하자 4차장은 '대검에서 불허했고, 검사장께서도 불허해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대검이 항소를 승인하지 않은 이유는 1심에서 민간업자들의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검찰 구형(징역 7년)보다 무거운 징역 8년형이 선고돼 항소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담당 검사들은 이에 반대하며 자정까지 지휘부를 설득했으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강 검사는 법무부와 대검이 항소 불허 결정을 내린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수사팀 및 공판팀은 대검에서 내부적으로도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한 후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했지만 장관과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대검에서 법무부에 승인 요청을 한 경위와 그 적법성 여부를 설명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강 검사는 마지막으로 "2021년 대장동 개발비리가 문제됐을 때 사건의 명확한 실체를 밝혀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았던 본건의 공판을 담당하는 검사로서 전례 없던 부당한 결과가 초래돼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큰 심려를 끼치게 됐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썼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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