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지난 8년간 직원들에게 무려 6000억원을...
2025-11-0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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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과다 책정해 직원들에게 나눠줘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가입자 돈으로 필요 이상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8년 동안 약 6000억 원의 인건비를 실제보다 많이 책정해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조사에서 건보공단이 정부가 정한 예산 기준을 어기고 인건비를 부풀려 편성해왔다는 사실이 들통났다.
뉴스1 등이 권익위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인건비 예산을 실제 인원보다 많게 책정했다. 예를 들어 보수가 높은 4급 직원의 자리가 모두 찬 것처럼 꾸며 예산을 짠 뒤 실제 인원에게 급여를 주고 남은 돈을 연말에 ‘정규직 임금 인상’ 명목으로 다시 나눠줬다. 이렇게 직원들이 나눠 가진 돈은 총 5995억 원에 이른다.
건보공단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을 지켜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실제 근무하는 직급보다 높은 직급의 급여로 예산을 짜서는 안 된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5급과 6급 직원에게 4급과 5급 급여 수준을 적용해 예산을 짰다. 그 결과 매년 인건비가 실제보다 부풀려졌고, 남은 예산은 직원 보수 인상금처럼 나눠졌다.
이 문제는 올해 초 한 제보로 처음 드러났다. “건보공단이 인건비를 과다 편성해 직원끼리 나눠 갖는다”는 신고가 권익위에 접수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결과 건보공단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이런 방식이 8년간 이어져 온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해 이미 2023년 인건비 과다 편성을 적발해 1443억 원을 삭감했다. 또 건보공단의 경영평가 등급도 C등급에서 D등급으로 낮췄다. 하지만 권익위는 이 문제가 2023년에만 그친 게 아니라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 4552억 원의 추가 과다 편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건보공단은 감사원 조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자 1443억 원을 연 120억 원씩 나눠 갚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남은 기간의 과다 편성분도 모두 조사하고 제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익위는 이번 사건을 건보공단의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에 넘기고, 과거 인건비 부풀리기에 대한 제재와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수년간 법과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인건비를 자의적으로 집행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공공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