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항소포기 결정적 계기 “법무차관이 지휘권 발동 거론”
2025-11-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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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향한 법무부 차원의 압박으로 해석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이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수사지휘권 발동을 거론한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의 통화였다고 후배 검사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이 내릴 수 있는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해 구체적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다. 법무부 2인자가 검찰 '최고 책임자'에게 지휘권 발동 운운한 건 사실상 대검을 향한 법무부 차원의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
1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노 대행은 10일 대검찰청 소속 과장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진수 차관과 항소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찰 스스로 항소 포기하는 방안 등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받고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판·수사팀의 항소 의견에 대해 이 차관은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까지 언급해 항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대검은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정과 공판·수사팀의 의견에 따라 항소할 예정이었으나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란 최후 압박에 뜻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 설사 중앙지검이 항소를 강행했더라도 항소 취소를 지휘할 수도 있다.

매체에 따르면 노 대행은 이 차관이 제시한 선택지들의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고 한다. 다만 이 자리에서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선택을 할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며 항소 포기가 실책이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고 한다.
노 대행은 이날 "용산·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야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항소 포기 결정이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의중을 고려한 결과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권력 눈치를 보고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 있는 대장동 사건의 항소를 막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차관이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를 압박한 건 지난 7일 수사·공판팀 검사들이 작성한 항소장에 정진우 중앙지검장이 결재한 오후 6시 이후인 오후 8시쯤이라고 한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차관의 권한과 업무 특성상 이 차관이 노 대행에게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은 장관이나 대통령실의 지시였을 것이란 의심이 커지고 있다. 장관의 승인 없이 차관이 주요 사건에 대한 항소 여부를 독단적으로 결정해 대검에 통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1일 SBS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무수석인 내가 기획한 적이 없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봉욱)민정수석에 물어봤는데 계획한 사람이 없다”며 검찰의 항소 포기를 대통령실이 기획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 수석은 “모든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는 목적이 있다”며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남욱, 김만배, 유동규는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 낙선되도록 기여한 사람이다. 우리가 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기획을 왜 하느냐”고 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게 해 이들이 이익을 보도록 할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