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희귀 어종인데…경남 통영서 발견됐다는 투명 바탕 '이 물고기'

2025-11-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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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주홍미끈망둑' 새 서식지 및 실제 개체 확인
국내 세번째 사례

경남 통영 사량도에서 세계적 희귀 어종인 '주홍미끈망둑'이 발견돼 관심이 모아진다.

경남 통영 사량도에서 발견된 '주홍미끈망둑' 자료사진. /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제공
경남 통영 사량도에서 발견된 '주홍미끈망둑' 자료사진. /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제공

12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어류인 '주홍미끈망둑'의 새로운 서식지를 지난달 경상남도 통영시 사량도에서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도서·연안 지역의 환경유전자(eDNA, 물·토양·공기 등 환경 시료에 포함된 유전물질(DNA)을 분석해 생물 존재를 간접 확인하는 기법)를 활용한 현장 생물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올해 5월 통영 사량도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서 수행한 담수 속 환경유전자(eDNA) 분석조사에서 미끈망둑속의 유전자 흔적이 처음 포착됐다. 이에 따라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10월 현장 추적조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실제 개체가 확인됐다. 채집된 개체는 형태 및 유전자 분석 결과, '주홍미끈망둑(Luciogobius pallidus)'으로 최종 확인됐다.

'주홍미끈망둑'은 일본 규슈 남부와 한반도 남해 일부 지역 등 제한된 연안의 모래·자갈 기질 조간대에 서식하는 미끈망둑과의 극희귀종이다. 몸길이는 약 4~5cm이며, 체색은 투명 바탕에 붉은빛 점무늬가 섞인 연홍색이다. 주둥이의 하악은 상악보다 약간 전방에 있으며 눈은 작아 피부 밑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가늘고 긴 몸체는 좁은 틈을 드나들기에 적합하다. 낮에는 바위 밑이나 조개껍질 사이에 몸을 숨기고, 야간에 미세한 저서생물을 포식하며 활동한다.

'주홍미끈망둑' 자료사진. /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제공
'주홍미끈망둑' 자료사진. /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제공

우리나라에서 '주홍미끈망둑'의 발견은 이번이 세 번째 확인 사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 사례는 2011년 제주에서 확인됐다. 당시 주홍미끈망둑은 전 세계적으로 일본 서부지역인 나가사키현 등 17개 지점에서만 보고돼 일본 고유종으로 취급돼 왔으나 제주 서귀포시 지하수 용천수역에서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발견된 주홍미끈망둑의 크기는 6cm 정도였다.

다음 사례는 지난해 경남 거제에서 있었다. 이때 확인된 주홍미끈망둑들은 크기가 큰 개체는 7.5cm, 작은 개체는 4cm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량도는 남해안의 대표적인 도서 지역이다. 다양한 어류 종 외에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기수갈고둥'이 서식하는 등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의 생태적 다양성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평가된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이번 조사에서 '주홍미끈망둑'과 '기수갈고둥' 두 종이 동일한 서식지에서 함께 확인된 것은 사량도가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는 생물다양성의 핵심 지역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확보된 시료를 기반으로 유전자 비교 분석과 환경유전자 마커 재검증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량도 주변 해역에서 다양한 생물의 종 실제 분포 현황과 생태적 특성을 규명할 방침이다.

정준성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전임연구원은 “환경유전자 탐지를 통한 희귀종 확인은 기존의 시각적 조사만으로는 찾기 어려운 생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이번 사량도 사례는 도서·연안 생물다양성 보전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home 오예인 기자 yein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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