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현대ENG, 피해 인정하고도 손 놓았다…‘준공 방패’로 시간 끌기

2025-11-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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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 절차 뒤에 숨은 시공사, 인접 주민 피해는 사각지대
- “5년 협조한 결과가 배신이라니”…주민 분노 확산

힐스테이트해운대센트럴 상가 옥상에 설치된 대형 에어컨 실외기들.세이죤빌과 손이 닿일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 사진제공=독자
힐스테이트해운대센트럴 상가 옥상에 설치된 대형 에어컨 실외기들.세이죤빌과 손이 닿일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 사진제공=독자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생활형숙박시설 ‘힐스테이트 해운대센트럴’ 준공을 둘러싸고 인접 건물 피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하 현대ENG)'은 공사 중 피해를 인정하고 합의서까지 작성했지만, 준공 후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하자보수를 미루고 있어 책임 회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민원과 준공은 별개”…행정 절차의 맹점

해운대구청은 해당 단지의 준공검사와 사용승인을 승인한 이유에 대해 “인접 민원은 별도의 행정 처리 대상이며, 준공은 건축물 자체의 안전 요건에 한정된 절차”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정 논리가 공사 피해를 입은 인접 주민을 제도적으로 소외시키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건축법상 인접 건물 피해는 민사적 분쟁으로 분류돼, 구청이나 국토관리청 등 행정기관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약하다.

그 결과, 시공사가 준공을 완료하면 행정상 ‘책임 종료’로 간주되어, 피해자들은 이후 민사소송 외에는 구제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 된다.

■ “공사 중 피해 인정하고도 이행 안 해”…형식적 합의의 반복

세이죤빌 건물주 A씨와 현대ENG 관계자 간에는 실제로 두 차례의 합의서가 작성됐다. 첫 번째는 9월 18일자 ‘공사일정확약서’, 두 번째는 10월 31일자 ‘시공합의서’다. 각각 “9월 25일까지 옥상방수·담장복구 등 6개 항목”, “11월 내 외벽 청소 및 방수공사 이행”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두 건 모두 실제 공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A씨는 “공사 중에는 계속 약속했지만, 준공 후에는 연락이 끊겼다”며 “5년 동안 공사 편의를 위해 협조했는데 결과는 무책임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ENG 측은 “시행사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조율 중”이라고 밝혔으나, 명시된 일정 이행은 없었다.

■ 1m 거리의 실외기·환풍구…설계 결함 논란

문제가 된 힐스테이트 해운대센트럴 상가 옥상에는 대형 실외기 6대와 공조기 수십 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 시설물들이 인접 원룸 세이죤빌의 4~8층 베란다와 불과 1.1m 떨어져 있어, 냄새·소음·열기 유입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A씨는 “현대ENG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설계 오류 가능성을 인정했으며, 실외기 이전 또는 원룸 구조 변경 방안까지 논의했으나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축 전문가는 “생활형 숙박시설의 상가 환기 시스템이 인접 주거지와 밀접한 경우, 배출 방향이나 거리 기준을 고려하지 않으면 환경기준 위반이나 생활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법적 구제는 ‘민사 소송뿐’…피해자 부담 커

현행 제도상, 인접 건물 피해는 ‘공사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민사 영역이다. A씨는 시행사 로드비치피에프브이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지만, 소송에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법률전문가들은 “공사 과정에서 작성된 합의서나 시공확약서는 민사 소송에서 일부 증거로 활용될 수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며 “제도 개선 없이는 피해자 입증 책임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 “공사 끝나면 관계도 끝”…제도 개선 시급

이번 사례는 대형 건설사가 공사 중에는 약속을 남발하다가, 준공 이후 행정 절차를 방패로 삼는 전형적인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행정기관은 준공검사 시점에서 인접 피해 민원 여부를 확인하는 ‘이행확인 절차’를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축행정 전문가 B씨는 “건축물의 완성만 보는 현행 준공검사 제도는, 실제 피해가 발생하는 인접 주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며 “시공사 책임 확인 절차를 제도적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피해자 “끝까지 책임 묻겠다”

A씨는 “시공사가 스스로 약속한 합의서를 무시하고 떠나는 것은 신뢰의 문제”라며 “법적 조치를 포함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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