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0년 전 작품인데…넷플릭스 '톱5' 오른 대반전 영화

2025-11-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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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의 귀환, 법정 정의의 울림을 다시 울리다
법과 정의의 경계에서 인간성을 묻다

개봉한 지 30년 가까이 된 한 고전 법정 영화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타임 투 킬' 중 한 장면. / 유튜브 '삼촌의비디오'
'타임 투 킬' 중 한 장면. / 유튜브 '삼촌의비디오'

지난달 국내 넷플릭스에 추가된 1996년작 영화 ‘타임 투 킬(A Time to Kill)’이 12일 오후 기준 ‘오늘의 영화’ 부문 톱5에 오르며 이례적인 역주행 흥행을 기록했다. 수많은 신작과 블록버스터들 속에서 1990년대 작품이 다시금 대중 선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1996년 영화가 왜 지금 다시?…법정 드라마의 정통성, 2025년 다시 빛나다

‘타임 투 킬’은 미국 남부 인종차별 문제와 법의 정의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존 그리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의뢰인’(1994)을 연출했던 조엘 슈마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출연진 또한 지금 봐도 놀라운 수준이다. 새뮤얼 L. 잭슨, 매튜 맥커너히, 샌드라 블록, 케빈 스페이시, 도널드 서덜랜드, 키퍼 서덜랜드 등 1990년대 할리우드 주연급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심지어 현재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다진 옥타비아 스펜서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97년 제54회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후보에 새뮤얼 L. 잭슨이 오르며 비평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 관객 평점 역시 네이버 영화 기준 8.48점으로, 법정 드라마 장르 중 상위권에 속한다.

인종차별과 정의, 지금도 유효한 질문

'타임 투 킬' 포스터. / 워너 브라더스 제공
'타임 투 킬' 포스터. / 워너 브라더스 제공

줄거리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미시시피주 캔턴의 한 작은 마을에서 10살 흑인 소녀가 백인 남성 두 명에게 납치·성폭행을 당한다. 소녀의 아버지 칼 리 헤일리(새뮤얼 L. 잭슨)는 법의 심판을 믿지 못하고, 재판장 계단에서 가해자들에게 총을 쏴 복수한다. 그는 곧 체포되고, 경험이 부족한 백인 변호사 제이크 브리갠스(매튜 맥커너히)가 그의 변호를 맡으면서 영화 중심인 법정 공방이 시작된다.

문제는 단순한 살인 재판이 아니라, ‘정의는 누구의 것인가’ ‘법은 인종을 초월할 수 있는가’ 등의 윤리적 질문이다. 영화는 법정에서 벌어지는 변론보다 인종 간 갈등, 지역사회의 편견, 정의감의 경계선을 더 깊게 탐구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 제이크의 최종 변론 장면은 지금도 법정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는 배심원들에게 “눈을 감고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10살 소녀가 숲길에서 두 남자에게 폭행당하고, 버려진 그 소녀가 백인이라면?” 이 한마디는 재판의 흐름을 뒤집고, 관객 감정선까지 완전히 흔들어놓는다.

법정 안팎의 충돌…90년대 영화의 생생한 현실감

'타임 투 킬'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제공
'타임 투 킬'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제공

‘타임 투 킬’은 단순한 법정극이 아니다. 법정 안에서의 논리 싸움과 더불어, 밖에서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단이 움직인다. 칼의 변호를 맡은 제이크는 협박 전화, 방화, 테러까지 당하며 목숨을 위협받는다. 이 와중에 미모의 법학도 엘렌(산드라 블록)이 조력자로 등장하며 인간의 용기와 연대, 신념을 상징한다.

영화는 인종차별이 제도적으로 뿌리내린 남부의 분위기를 리얼하게 담아낸다. 재판장 앞에서 벌어지는 흑인·백인 시위, 폭력 사태, 언론의 선정적 보도 등은 1996년의 사회 풍경이지만, 2025년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보는 이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왜 지금 ‘타임 투 킬’인가…법과 정의의 간극 그리고 인간의 선택

‘타임 투 킬’은 단순히 한 사건의 재판을 다룬 법정극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회구조의 부조리, 인종 문제, 인간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1996년에는 ‘미국 남부의 인종 현실’을 그린 작품이었지만, 2025년의 시청자에게는 ‘시스템 안에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다가온다.

이는 곧, 30년이 흘러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인간 사회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 작품의 힘이 무엇인지, 우리가 여전히 법정 밖에서 ‘정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작품, ‘타임 투 킬’이다.

영화 '타임 투 킬'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제공
영화 '타임 투 킬'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제공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영화' 순위(11월 12일 오후 6시 기준)는 다음과 같다.

1위 프랑켄슈타인

2위 조작된 도시

3위 굿뉴스

4위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5위 타임 투 킬

6위 머티리얼리스트

7위 케이팝 데몬 헌터스

8위 더 킬러스

9위 잭 리처: 네버 고 백

10위 사마귀

유튜브, 삼촌의비디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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