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성능 이상 무’ 믿었더니... 집 도착하자마자 ‘줄줄’
2025-11-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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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수수료·누유 은폐 논란… 유착 의혹에 면책 악용까지
국토부 “유착·고의 누락 적발 시 행정처분”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중고차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판매업체의 불투명한 수수료 요구와 성능점검 유착 의혹, 면책 구조 악용 등 고질적 문제가 여전히 소비자를 위협하고 있다.
충남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안산시 단원구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차량을 구입했다. 판매 딜러는 차량 성능점검기록부를 제시하며 “누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고, 성능표 역시 ‘미세누유 없음’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차량을 인수해 귀가한 후 정비업체를 방문한 결과, 엔진 상·하부에 오랜 기간 지속된 누유가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될 정도였다.

정비사는 “차량을 리프트에만 올려도 바로 보일 수준이었다”며 “정상적인 점검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A씨가 해당 내용을 업체에 항의하자, 판매 딜러는 “나는 성능표에 나온 그대로만 설명했다”며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성능점검 기록이 오히려 판매자 책임을 회피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성능점검 결과에 문제가 있더라도, 점검 업체가 ‘못 봤다’고 하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하자가 있으면 판매가 어려우니 일단 양호 판정을 받은 후, 이후 수리나 보험 처리로 넘기는 방식이 관행처럼 존재한다”고 밝혔다.

수수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A씨는 차량 구매 과정에서 3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추가로 요구받았다. 이는 과거 다른 업체의 차량을 대신 판매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알선 수수료’로, 판매사와 딜러 사이의 성과급이지만 최근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경우 차량 소유 업체에서도 수수료를 지급하지만, 일부 딜러들은 소비자에게도 당연히 내야 할 비용인 양 청구한다. 또한 최근에는 소비자가 매물을 인터넷 상에서 직접 찾아 오는 사례에서는 더욱더 이런 수수료는 납득하기 어렵다.
A씨가 “계약 조건에도 없던 비용”이라며 항의하자, 딜러는 “특별히 빼주는 것”처럼 대응했다. 그는 “이런 깜깜이 수수료는 납득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성능보험료도 업체나 점검소에 따라 차이가 크다. A씨는 28만원의 성능보험료를 납부했지만, 같은 차종·연식의 차량을 구매한 지인은 19만원만 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성능점검소의 과거 진단 이력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되며,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국토교통부는 “성능점검의 공정성과 수수료 구조에 대한 일원화된 지침이 필요하다”며 “유착이나 고의 누락이 적발될 경우, 성능점검소 지정 취소와 행정처분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고차 업계의 구조적 개선 없이는 소비자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성능점검이 판매자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면책 수단으로 작동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하며,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과 표준 계약서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중고차 거래는 소비자의 신뢰 위에 성립한다. “좋은 차를 싸게 샀다”는 기대보다 “또 속을까” 하는 불신이 더 큰 현실에서, 신뢰 회복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