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저렴했는데...올해 장마로 가격 '금값' 됐다는 겨울 제철 '국민 식재료'

2025-11-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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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장마가 바꾼 식탁, 가격 폭등의 비밀
엽채류 재배 농가의 눈물, 극심한 기후 변화의 그늘

한동안 끝없이 쏟아졌던 가을장마의 여파가 뒤늦게 찾아왔다. 10월 내내 이례적으로 이어진 가을비는 엽채류 재배 농가에 큰 타격을 줬다. 그중에서도 겨울철 국민 식재료로 꼽히는 시금치의 가격 급등이 두드러진다.

'시금치값이 걱정이네' / 연합뉴스
'시금치값이 걱정이네' / 연합뉴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시금치 평균 소매가는 100g당 1382원으로 평년 대비 63.7% 올랐다. 지난해 11월 중순과 비교하면 32.9% 비싼 가격이다. 한 단(200g 기준)으로 환산하면 2764원 수준이다.

시금치는 겨울이 제철인 채소로, 추운 날씨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자란 시금치를 최고로 여긴다. 이는 시금치가 스스로 얼지 않기 위해 잎사귀의 당도를 올리기 때문이다.

또한 시금치는 11월부터 3월까지가 가장 맛있는 시기로 꼽힌다. 남해군의 보물초, 포항의 포항초 등 겨울 노지 재배 시금치는 지역 농가의 주요 수입원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가을장마로 인한 피해가 시금치 출하량을 크게 줄였다. 10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173.3㎜로 평년(63.0㎜)보다 2.8배 많았다. 강수일수도 14.2일로 평년(5.9일)의 두 배를 넘었다. 습한 날씨가 이어지며 잎이 누렇게 변하고 뿌리가 썩는 과습 피해가 잇따랐다. 시금치는 파종 후 28일가량 지나면 수확하는데, 가을장마로 파종 시기를 놓친 농가들이 많다.

유튜브, 백종원
쑥쑥 자라나는 시금치 수확 / 연합뉴스
쑥쑥 자라나는 시금치 수확 / 연합뉴스

시금치 가격 급등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여름철 낮은 가격이 농가들의 재배 의욕을 떨어뜨린 것이다. 올해 7~8월 시금치는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이미 한 차례 타격을 입었는데, 7월 중순 내린 집중호우로 파종한 씨앗들의 발아율이 하락했다. 어렵게 발아한 작물들도 8월 이상고온으로 잎이 타서 노랗게 변하는 등 출하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이 과정에서 농가들은 결국 재배면적을 줄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여름철 낮은 가격으로 주산지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줄인 것도 출하량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약 60일의 생육기간을 가진 엽채류 가격은 시차를 두고 안정될 전망이다. 재파종해도 수확까지 30일가량 걸리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생산량이 크게 늘기는 어렵다.

시금치가 가장 잘 자라는 온도는 15~20℃다. 11월 중순 이후 기온이 내려가면서 생육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 다만 12월 이후 겨울 노지 재배 시금치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농산물도 줄줄이 급등

가을장마 여파는 시금치뿐 아니라 다른 농산물에서도 나타났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김장 재료의 출하 상황과 도매가격 등을 점검했다. 그는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9월 15일 발표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는 김장철 물가 안정을 위해 김장 재료 정부 비축물량 4만 7000t을 분산 공급하고 있다. 500억 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정책도 추진 중이다.

청상추 평균 소매가는 100g당 1902원으로 평년보다 68.8% 올랐다. 지난해 11월 중순과 비교해도 14.6% 높다. 깻잎도 100g당 3265원으로 평년보다 40.7%, 전년보다 8.7% 올랐다.

마늘, 사과 등 다른 품목도 피해를 입었다. 김장 재료 중 유일하게 높은 가격을 유지 중인 마늘은 11일 기준 깐마늘 1㎏당 1만164원으로 지난해보다 21.8% 비싸다. 일부 농가에서는 가을비로 벼 수확이 늦어져 논마늘 정식도 약 3주 지연됐다.

가을장마라는 이례적 기후 현상이 밥상 물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시금치를 비롯한 엽채류 가격이 안정을 되찾기까진 당분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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