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이 차오른다…일본 '천만 영화' 감독, 국적 논란에 직접 입 열었다 (+국내 개봉일)
2025-11-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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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사를 뒤흔든 재일 한국인 감독의 도전
천만 관객을 울린 가부키의 숨겨진 이야기
일본 영화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재일 한국인 감독 이상일이 자신의 작품 '국보'를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국보’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영화 '국보'는 가부키 명문가로 입양된 소년 타치바나 키쿠오(요시자와 료, 쿠로카와 소야)와 그의 라이벌인 가부키 명문 가문 도련님 오가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가 가부키로 국보 반열에 오르려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이상일 감독은 “확실히 저의 뿌리는 한국에 있고, 저는 한국인이다”라며, “하지만 일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기존에 이상일 감독의 국적은 불분명했다. 1974년생인 그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조선인 3세로 불렸다.
그가 한국계 이름을 사용하며, 부산국제영화제 등 일부 자료에서 국적이 한국으로 표기된 적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또한 재일교포 3세로, 과거 조총련계 학교를 다녔다는 학력이 있고 조선학교 교사였던 부친을 따라 국적이 북한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나 이는 가장 낮은 가능성이었다.
가장 유력한 국적은 일본이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고 대외적으로 일본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해당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감독 스스로 자신이 한국인임을 밝히며 그의 '국적 미스터리'는 종식됐다. 동시에 그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영화계에서 '천만 영화'를 만든 감독이 됐다.
이어 이 감독은 "제가 지닌 가부키에 대한 거리감은 일반적인 일본인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며,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의 전통 예능에 관심을 갖거나 접하기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주인공 키쿠오가 야쿠자 집안이라는 배경 때문에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모습은 자신의 삶을 투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존재했다.
그는 여성을 연기하는 남성 가부키 배우인 ‘온나가타’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름답게 보이면서도 관점에 따라 남성이 여성을 연기한다는 게 그로테스크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5~60년 동안 예술을 위해 자신을 갈고닦은 그들만이 갖고 있는 독특함과 신비성이 있었다. 그 실루엣이 어떻게 나오는 건지 알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화가 지닌 메시지에 대해 “가부키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종류의 예술에 인생을 걸고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는 배우들은 굉장한 빛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 수반되는 그림자도 넓고 짙다는 걸 알고 있다"며, "그 그림자를 등에 지고 빛나는 존재들과 예술을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것들은 어디에서든 보편적으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소재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부분도 설명했다. 그는 “가부키 전문 배우가 아닌 영화 배우들이 가부키를 해야 한다는 건 정말 높은 허들이고 어려운 일이었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가부키 배우로서 리얼한 존재감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이 영화가 붕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은 가부키 자체를 잘 연기하기 위해 1년 이상 준비했지만, 저는 가부키만 표현하고 잘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내면에 있는 것들을 담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영화의 의미 자체가 희박해진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감독은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그는 그는 “저 스스로가 한국인인 부분이 이 영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혈통이라는 것과 외부에서 온 인간이라는 구조는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요소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 어떤 나라보다도 한국 관객분들이 이러한 부분에 대해 밀접하게 잘 느껴주신다면 기쁠 것 같다. 무엇보다 영화를 즐겨 주시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국보'는 일본 유명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베스트셀러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일본에서 대흥행을 기록 중이다. 일본 실사영화로는 22년 만에 흥행 수입 100억 엔 돌파와 함께 역사상 두 번째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 또한 역대 실사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다. 1위와는 약 5억 엔 내외의 차이다.
일본에서는 극장 티켓값이 한국보다 비싸다. 그로 인해 일본에서도 천만 관객수는 극히 일부의 해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곤 나오지 않는다.
현재는 흥행 수입 166억 5000만 엔을 벌어 들이며, '아바타', '벼량 위의 포뇨' 등을 제치고 역대 일본 흥행수입 TOP 20 중 14위에 올라있다.
이상일 감독은 “저 스스로도 굉장히 놀라운 결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사 영화 흥행 1위를 목전에 두고 있고, 일본에서 계속 상영이 진행되고 있다. 머지않아 높은 결과를 보고드리는 게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주연을 맡은 요시자와 료는 극중 키쿠오의 극적인 인생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감독 역시 “이 영화를 기획한 건 거의 5~6년 전인데, 이미 그 시기부터 주인공은 요시자와 료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요코하마 류세이, 와타나베 켄, 다나카 민 그리고 영화 '괴물'로 주목받은 아역 배우 쿠로카와 소야 등 일본을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힘을 보태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게다가 영화 '킬빌'의 미술,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촬영을 맡은 초호화 제작진들까지 참여를 알려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는 제78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기도 해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또한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출품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여 당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상일 감독은 재일 교포 3세로 ‘훌라걸스’(2003) ‘용서받지 못한 자’(2013) ‘분노’(2016)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일본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한국인 감독이 만든 일본 천만 영화 '국보'는 오는 19일 한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