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4개월 만에 사표 던지고 면사무소 탈출한 여성 공무원이 겪은 일

2025-11-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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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소기업도 저러지 않는다" 공무원들 폭발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어제 아침 인사과에 사표 던지고 면사무소에서 짐 싸고 나왔대요."

임용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한 신규 공무원이 사직을 선택했다. 매일 야근에 시달리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면직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하던 일은 다 하고 가라"는 팀장의 차가운 한마디였다. 신규 공무원들의 고충을 보여주는 이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공직 사회의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공무원 현직 갤러리에 '신규 동기 런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작성자는 교육 때 같은 조였던 여자 동기가 면사무소를 그만뒀다고 전했다. 그는 동기가 임용 후 직불금 업무를 맡았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사직한 공무원은 정부가 농업인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보인다. 농지 확인, 서류 검토, 현장 조사, 민원 응대 등 복잡한 절차를 다루는 데다 지급 금액이 크고 민원도 많아 고난도 업무로 꼽힌다.

작성자에 따르면 사직한 공무원은 공무원 사회에서 '짬처리'까지 떠맡았다. 짬처리란 선임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업무나 힘든 일을 신규 직원에게 떠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작성자에 따르면 사직한 공무원은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매일 야근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서러움이 폭발해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결국 지난주 팀장에게 면직해달라고 요청했다. 황당하게도 팀장은 "하던 일은 다 하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사직한 동기가 현직 동기들과 논의해 심각한 수준의 업무 부담을 받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결국 인사과에 사표를 제출하고 면사무소에서 짐을 쌌다고 했다. 그러면서 팀장과 부면장이 만류했지만 "이제 안 나올 테니 징계를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팀원들은 동기를 외면하고 그나마 도와줬던 민원대 업무(주민등록, 인감증명, 각종 민원서류 발급부터 출생·사망 신고, 복지 상담 및 프로그램 운영 지원까지 주민생활과 밀접한 행정 업무 전반을 처리하는 업무)를 맡은 선배를 붙잡고 울며 나왔다고 한다. 사직한 동기는 직전에 했던 영어강사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작성자는 전했다.

작성자는 "동해 일주 간다고 단톡방에 웃는 모습을 올린 걸 보니 다행이다 싶기는 한데 제가 걱정이 된다. 왠지 곧 저를 부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라면서 자신도 같은 처지가 될까 봐 불안해했다.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 상당수가 팀장을 꾸짖고 나섰다. “잘 다독여도 모자랄 판에 '다 하고 가라'니 미쳤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빡센 직불금 시즌에 신규를 그 자리에 앉히다니. 그 면사무소 정말 레전드다. 피크 시즌에 아그릭스는커녕 온나라도 못하는 애를 데려다가 ‘짬처리’를 하고 있네. 그냥 대놓고 나가라는 소리"라는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아그릭스는 농림사업정보시스템을, 온나라는 범정부 업무시스템이다.

한 댓글 작성자는 "여기 늙다리들은 평생 공무원만 해서 현실감각이 나가버린 것 같다. 남아있는 사람한테 인수인계 좀 해주고 가라는 직장은 봤어도, 면직서 쓰고 나가는 사람한테 일 다 해놓고 가라는 미친 말을 그냥 막 한다. 요즘 중소기업도 저러지 않는다"며 공무원 조직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이밖에 "일을 그 사람 직급에 따라 단계별로 줘야지. 병아리한테 독수리처럼 사냥하라고 하면 답이 없다", "그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이 팀장이나 과장한테 정치질을 해서 신규한테 업무 넘긴 것" 등의 반응도 있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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