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베테랑도 줄줄이 낙방...합격률 바닥이라는 '면허 시험' 정체
2025-11-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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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실수하면 안 된다는 면허 시험
운전 베테랑도 줄줄이 떨어진다는 면허시험이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거대한 트레일러가 화물을 싣고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항만이나 대형 물류기지에서도 컨테이너와 중량 화물을 끌어 나르는 특수 견인차는 흔한 장비다. 하지만 이 차량을 누가, 어떤 면허로 운전하는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사람이 ‘1종 대형’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트레일러를 몰기 위해 필요한 것은 1종 특수 ‘대형견인’ 면허다

과거에는 ‘트레일러' 면허라는 명칭으로 불렸지만 제도 개편 이후 공식 명칭이 ‘대형견인’ 면허로 바뀌었다. 1종 대형이 버스·대형 화물차 등 일반적인 대형 차량을 다루는 면허라면 대형견인은 견인형 특수자동차와 피견인차를 결합해 움직이는 전문 자격이다. 구조부터 취급 방식까지 완전히 다른 탓에 난도도 별도 체계로 운영된다.
대형견인 면허 시험은 오직 장내 기능 시험만으로 평가되지만 난도는 일반 면허와 비교하기 어렵다. 100점 만점에 90점 미만이면 탈락이며 결합·방향전환·분리로 이어지는 3개 과제는 어느 하나만 틀려도 바로 실격될 수 있다.
◈ 시험은 단순하지만 난이도는 최고
대형견인 면허는 학과시험 없이 장내 기능시험 한 번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시험이 단순한 대신 난도는 높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시험은 △피견인차 ‘결합’ △‘방향전환’ 코스 주행 △피견인차 ‘분리’까지 총 3개 과제로 구성된다. 각각 제한 시간이 주어지며 세 과정에서 단 한 번만 실격 요건을 밟아도 즉시 종료된다. 합격 기준은 100점 만점에 90점이다.
문제는 시간과 정확도다. 결합·분리 과정이 5분을 넘으면 각각 10점 감점되고 방향전환 코스는 5분을 초과하면 즉시 불합격이다. 여기에 가장 무서운 조건이 있다. 코스 안의 ‘확인선’을 하나라도 접촉하지 못하면 -20점, 검지선을 건드리거나 코스를 벗어나면 바로 실격 처리된다.

현장에서 응시자들이 가장 많이 탈락하는 구간은 후진으로 B 확인선에 정확히 맞춰야 하는 방향전환 구간이다. 제한 시간도 빠듯하지만, 무엇보다 트랙터와 피견인차의 조향 방식이 일반 차량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난관이다.
보통 자동차는 후진할 때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뒤가 오른쪽으로 움직이지만, 트레일러는 반대로 움직인다. 트랙터가 왼쪽으로 꺾이면 피견인차는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반대로 밀리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방향 감각이 흐트러지기 쉽다. 이 조작 특성을 몸으로 익히지 못하면 후진 궤적이 크게 흔들리고, 결과적으로 B 확인선에 맞추기도 어렵다.
여기에 트랙터와 트레일러 사이의 ‘각도’가 예각으로 꺾이는 순간 즉시 실격되는 규정도 긴장을 높인다. 일명 ‘칼꺾임’이 발생하면 트레일러가 접히듯 돌아가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응시자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미세 조작을 유지한 채 후진해야 하고, 조향 감각이 조금만 어긋나도 탈락으로 이어진다.
대형견인 면허시험의 까다로움은 ‘과제 자체의 난도’뿐 아니라 ‘오류를 용납하지 않는 구조’에서도 나온다. 감점 방식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PASS/FAIL에 가까운 특성이 강하다는 게 응시자들 사이의 공통된 평가다.
합격하면 물류 현장에서 사용하는 트레일러 등 대형 피견인차 조합을 법적으로 운전할 수 있어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 필수 면허로 분류된다.
◈ 캠핑·레저 인구 급증…‘소형견인면허’ 신설
캠핑카와 카라반, 보트 트레일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견인면허 체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레저 인구가 늘어났지만, 당시 규정상 트레일러를 끌려면 모두 ‘대형견인’ 면허를 취득해야 했다. 문제는 이 대형견인 면허가 화물 트레일러 기준으로 만들어진 난도 높은 시험이라는 점이었다. 캠핑카 한 대를 끌기 위해 대형 물류 트레일러 면허를 따야 하는 상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2015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기존 ‘트레일러 면허’를 대형견인과 소형견인으로 분리하고 면허 기준도 다시 설정했다.
소형견인면허는 총중량 3.5t까지의 견인형 특수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면허로 일반 승용차나 SUV에 견인장치를 장착해 750㎏ 초과 3t 이하의 피견인 장비를 끌 수 있다. 카라반·소형 요트 트레일러·가축 운반 트레일러 등이 대표적이며 실제로 소형견인을 취득하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카라반 운행’을 이유로 면허를 준비한다.

소형견인면허는 캠핑카·카라반·보트 트레일러를 끄기 위한 입문 단계 면허로 대형견인에 비하면 시험 부담이 크게 낮다. 결합·분리 과정이 없고 코스도 굴절·곡선·방향전환 등 기본적인 주행 과제로만 구성돼 있어 시간 압박이나 검지선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다만 트레일러 특성상 핸들을 돌린 방향과 피견인차 움직임이 반대로 나타나는 조향 특성은 그대로여서 초심자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다. 특히 방향전환 구간에서는 후진 조작이 조금만 틀어져도 금세 궤적이 어긋나기 때문에, 대형면허만큼 극악의 난도는 아니지만 일정한 감각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험은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하며 검지선 접촉이나 제한 시간 초과 등 기본적인 감점 규정만 지키면 대형견인보다 합격 문턱이 훨씬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