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숨기면 모를 줄 알았나…감춰둔 4억대 범죄수익, 검찰이 찾아낸 방법
2025-11-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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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포착한 범죄수익의 흔적
검찰이 구치소 면회실에서 오간 암구호 대화를 해독해 4억대 범죄수익의 은닉처를 찾아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유튜브로 사설 도박사이트를 홍보한 A 씨에게서 압수한 범죄수익 약 4억 4151만원을 국고에 납입했다고 14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여름부터 약 10개월 동안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수익 배분을 약속하고 유튜브 생중계 방식으로 광고 방송을 진행했다. 흥미를 느낀 시청자들을 사이트로 유입시키는 구조였고 직원까지 고용해 ‘총판’ 사무실을 만들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
이 기간 A 씨가 챙긴 홍보 대가는 11억 원가량이었고 경찰은 2023년 4월 A 씨 등 6명을 도박공간 개설 혐의로 검거했다. 당시 경찰은 현금과 고급 시계 등 6411만 원을 우선 압수하고 사무실 임차보증금 1억 원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를 취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 씨가 구속된 뒤에도 도박사이트 운영자와의 정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의심했다. 접견 녹음을 확인하던 중 일반인은 알아듣기 힘든 말투가 반복된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쓰이던 암구어 ‘도깨비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단어마다 ‘나’를 끼워 넣어 의미를 감추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이번달 정산금’은 ‘이나번나달나 정나산나금나’가 되고 ‘코드 비번’은 ‘코나드나비나번나’가 되는 식이다. 검찰은 이런 암구호가 정산 내역과 은닉 위치를 전달하는 데 사용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검찰은 암구어를 해독하며 돈의 흐름과 전달 경로를 정밀하게 추적했고 결국 은닉처를 찾아 현금 4억 1500만원을 추가 압수했다. 여기에 공범 B 씨가 월급과 인센티브로 받은 돈으로 4000만원 상당의 외제차를 구매해 타인의 명의로 숨겨둔 사실도 드러났는데 검찰은 해당 차량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압수했다.

법원은 경찰과 검찰이 확보한 금품 전부에 몰수를 선고했다. 검찰은 압수 차량을 공매에 부쳐 공매 대금을 국고에 납입했고 숨겨진 현금 역시 모두 회수했다. 검찰이 직접 찾아낸 은닉 재산을 포함해 총 4억 4000만원 넘는 범죄수익이 최종적으로 국고로 귀속됐다.
검찰은 이번 사례가 “보완수사를 통해 송치 이후의 정황까지 확인하며 은닉 자금을 끝까지 추적한 결과”라며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해 범행을 유인하는 동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실효적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