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체중 같아도 한국인은 절대 서양인처럼 먹어선 안 되는 이유
2025-11-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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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은 많이 먹고 살쪄도 멀쩡한데 왜 한국인들만...

직장인 김모(38)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단계 판정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 키 175cm에 체중 72kg. 비만도 아니고 식사량도 많지 않은 편인데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먹고 살이 쪄도 멀쩡한데 왜 나만 당뇨가 생기는 거지?’ 김씨의 의문은 많은 한국인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 중 하나다.
20세 이상 한국인의 약 10%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식사량이 적고 비만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유병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과다 분비돼야 한다. 혈당 스파이크가 자주 발생하면 췌장에서 과도한 인슐린 분비가 일어나 췌장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당뇨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매끼 과식을 반복하면 췌장은 췌액과 인슐린 분비를 위해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췌장에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같은 양을 먹어도 한국인의 췌장이 더 빨리 지친다는 데 있다. 임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팀이 비슷한 체격과 연령대의 한국인과 서양인을 대상으로 췌장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췌장 크기가 서양인보다 12.3% 작았고, 인슐린 분비능은 36.5%나 낮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췌장 내 지방 축적량이다. 한국인의 췌장에는 서양인보다 22.8%나 많은 지방이 쌓여 있다.
작은 엔진으로 큰 차를 끌면 엔진이 빨리 망가진다. 마찬가지로 작은 췌장은 같은 양의 음식을 처리하는 데도 더 많은 부담을 받는다. 서양인은 큰 췌장으로 과식을 해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한국인은 적게 먹어도 췌장이 한계에 도달하기 쉽다. 서양인과 체형이 비슷하더라도 한국인 췌장의 절대적인 크기가 작고 인슐린 분비능이 감소해 당뇨병 발생에 취약한 것이다.
실제로 연구에서 두 그룹의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수치는 비슷했다. 즉, 현재 상태는 비슷해 보이지만 췌장의 절대적 크기와 기능에서는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인이 당뇨병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보여준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선 "밥도 별로 안 먹는데 혈당이 높다", "다이어트 중인데 당뇨 전단계 나왔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쩌면 한국인의 작은 췌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식습관을 유지한게 이유일 수 있다. 흰쌀밥, 빵, 면 등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혈당을 급격히 올려 작은 췌장을 혹사시킨다.
지방과 당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췌장에 부담이 많이 되기에 췌장염이 생길 가능성이 크고, 이는 췌장암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인처럼 췌장이 작고 인슐린 분비능이 낮은 경우, 고지방 고당 식단은 더욱 위험하다.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 야식 등 고칼로리 식사가 일상화된 현대인의 식습관은 작은 췌장에 과부하를 걸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하면 케톤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하루 50~100g의 탄수화물 섭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비만, 당뇨병 등 여러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적절한 양의 탄수화물을 여러 끼에 나눠 먹고,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 저GI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췌장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흰쌀밥보다는 현미나 잡곡밥, 흰 빵보다는 통곡물빵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췌장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 끼에 몰아서 많이 먹기보다는 소량씩 자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는 식사 순서만 바꿔도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왜 한국인은 적게 먹는데도 당뇨병에 잘 걸리는가?’라는 오랜 의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췌장의 크기와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양인과 같은 기준으로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작은 췌장을 고려한 식습관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